회색빛 겨울너머 바야흐로 한껏 꿈에 부푼 양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반기는 계절이 왔다.
우리를 손짓하는 화사한 몸짓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더불어 이맘때면 불거지는 벚꽃축제의 일본잔재 논란은 빈 깡통처럼 우리를 어지럽게 한다.
1919년 뜨거운 봄, 나라를 잃고 온갖 고통과 서러움을 겪던 한민족이 분연히 일어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일어났던 3.1운동의 불길은 정확히 43일 후, 기어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우고야 말았다.
비록 일본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임시적인 정부의 형태였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주공화정부로서, 성립 이후부터 조국이 광복이 될 때까지 약 30년간 독립운동의 최고의 지휘부요, 우리민족 최고의 대표기관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로서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하여 한국의 독립을 국제적인 문제로 제기함은 물론, 학교를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고 각종 문화운동을 전개하여 대한민국의 자주성과 우월한 민족 문화를 인식시켜 독립의식을 고취하였다.
또한 임시정부는 모진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8·15광복까지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 존재한 유일한 기구였고 국제적으로도 한국인의 독립의지가 감상이 아닌 현실적인 요구라는 것을 실체적으로 보여준 증거였다.
이렇듯 고난의 역사에서부터 현재의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고난과 역경이 있을 때마다 우리를 일으키고 전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원동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달력에 써있지 않으면 누구하나 모르고 지나가버리는, 그저 지금은 소수의 기념식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의 잔재논란에 앞서 먼저 우리의 역사를 기억함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 벚꽃을 보면서 터뜨리는 환호성 뒤로 서산대사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눈 덮인 광야를 지날 때는,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나의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들의 길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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