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학교 대상으로 실시했던 학업성취도 결과를 최근에 전국적으로 공개하면서 각급 학교 및 지역교육청에서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는 성적 일변도를 달리고 있는 우리 교육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어떤 것이든 일처리는 완벽한 게 좋다. 허나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간혹 실수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정말 양심적으로 한 실수라면 용서가 된다.
그러나 고의적으로 한 조작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신성해야 할 학교에서 진실을 가장한 거짓이 통용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로는 전인교육을 부르짖고 있으나 현실은 요원하기만 한 교육상황에서 교사들마저 입신을 위해 속이려 든다면 아이들은 누구에게서 진실을 배워야 한단 말인가?
따라서 항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온갖 지적이 난무하고 향후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장의 승진과 학교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다며 학교를 한줄 세우기, 차별주의로 내몰고 있는 교육당국의 정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 보다는 빨리빨리 배를 띄우고 결과에만 급급한 오늘의 교육현실이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와 교사에게까지 피해를 줌으로서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이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해당 정책의 정확한 진단으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교사들도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교육자가 양심을 버리고 맨 앞줄에 서겠다고 난리를 친다면 이 나라의 교육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제대로 교육받은 머리가 지식만 들어 차 있는 머리보다 낫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은 지식만 차 있는 머리로 만들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처럼 지식으로 가득 채우는 교육이라면 차라리 공자와 같은 뜰에서의 가르침이 더 나을 것이다.
공자의 제자 진항은 스승의 자녀 가르침이 궁금해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제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있냐고 묻자 백어는 그런 일은 없고 다만 아버지의 정훈(庭訓)이 있었다며 그 사례를 들어 주었다.
아버지가 혼자 계신 뜰 앞을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려니까 시경(詩經)을 읽었느냐고 물어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했더니 “시경을 읽지 않으면 인정과 도리에 통하지 않아 바르게 말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시경을 공부했고, 역시 뜰 앞에서 아버지 앞을 달리는 듯 지나쳤더니 이번에는 예(禮)를 배웠느냐고 해서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했더니 “예를 배우지 않으면 자립할 거점을 마련하지 못한다”고 일러 예를 배웠다고 했다.
공자와 같이 가정교육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이도 쉽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올바른 가정교육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가 학교 교육에 맡겨놓고 있는데, 오로지 지식습득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라면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학생들에게 학업성취만 강조했을 때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은 약화되고, 생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이 바로서 창의적이고 전인적인 교육으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못하는 친구를 도와주고, 옆 친구의 슬픔에 눈물 흘릴 줄 알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따스한 마음을 지닌 제대로 된 인간을 양성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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