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4개 공기업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조와 잘 지내 임기를 채우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기 관장들이 노조와 서로 잘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그 조직을 아주 방만하게 되돌이킬 수 없는 조직을 만든 예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기업의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나 공기업 노조를 ‘해악’으로 규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공기업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말까지 들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수십 년 동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은 경쟁의 사각지대에 숨어서 경영진과 노조가 기이한 공생구조를 만든 탓이다.
최근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노릇을 해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수사하면서 휴켐스 노조가 박씨로부터 16억원의 노조발전기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휴켐스 노조도 박씨에게서 발전기금을 받고는 매각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공기업 노사가 똑같이 회사는 망가지든 말든 ‘검은돈’ 챙기는 데만 혈안이 돼 있었던 것이다.
최근 구속된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는 2003년 한국전력 자회사 한국산업개발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이에 반대하던 노조위원장에게 입막음조로 2억원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와 이런 식의 뒷거래를 하는 경우가 이 두 곳뿐이라고 할 수가 없다. 다른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드러난 것이 이 정도였다.
공공기관·공기업 노사가 이렇게 썩은 것은 정권마다 공공기관 사장, 감사 자리를 전리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기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관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노조는 으레 이런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데모를 벌이고 새로 임명된 사장은 이를 무마하려고 노조 요구를 대폭 들어주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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