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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적 가치의 재발견 |
2009년01월07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점심초대를 받아 CBS방송국 앞 식당으로 가기 위하여 택시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금부초등학교 쪽에서 야금야금 도로 쪽으로 나오는 카렌스 한 대가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도로로 많이 들어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차를 비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는 중에 기사 아저씨가 유리창을 열고 무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약 500미터나 왔을까 우리 차 왼쪽에서 얼굴이 벌개져서 유리창을 열고 욕설을 하면서 악을 쓰는 사람이 보였다. ‘네가 뭔데 그러냐’면서 거품을 무는 그 친구를 보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이와 같은 비이성적 사례는 아주 많다. 길거리에서 10대가 담배를 피우면서 연기를 뿜는 것은 보통이고, 차에 노인이 올라왔는데도 눈을 감고 자는 시늉을 하는 학생들, 오토바이에 음향기기를 설치하고 큰 소리로 도심을 폭주하는 젊은이들, 차례를 지키고 있는 약수터에서 새치기를 하는 젊은이, 식당에 어린이를 데리고 와 시끄럽게 떠들어도 놔두는 젊은 엄마, 차 속에서 핸드폰으로 장시간 크게 통화하는 사람, 윗사람이나 상사에게 따지듯이 큰소리치는 사람 등 아주 많다.
위 아래가 없고, 선후배가 없으며, 빨리 흥분하고, 무엇이든 자기가 먼저 가지려든다. 과도하게 발전한 개인주의, 끝없는 이익 추구, 긴장하고 충돌하는 심리상태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런 것을 보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누구의 잘못인가 생각해본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문명병을 치료하기엔 종교나 교육만으로는 어림없어 보인다. 그런다고 정치에 기대를 건다는 것은 개미가 웃을 일이다.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동양적 가치의 발견이 희망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는 ‘대동 사회’를 이루며 아주 평화롭게 잘 살았다. 물질적 풍요는 누리지 못했을망정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그런데 미국이 들어오면서부터 우리 것은 버리고 미국을 통해 들어 온 모든 것이 우리를 지배했다. 7천년을 이어 온 우리 것이 쓰레기통에 하나 둘 버려지더니 이제는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서양문화가 우리를 압도하면서 여러 가지 병리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양문화는 물질문명이라고 한다. 외향문화라고도 한다. 서양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기독교의 토양에서 자랐다. 그래서 자연은 탐구의 대상이 되고 과학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물질이 넘쳐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물질적 진보와 정신적 타락은 공교롭게도 비례한다.
행복의 총량이 늘수록 행복지수는 감소한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이 첨예하게 대조되는 일은 누구나 목격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들어와 우리 것이 된 서양문명은 동(動)적이며 정(靜)하지 못하고 발전은 있지만 그침이 없고 부유하지만 편안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안정됨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동양문화는 정신문화라고도 한다. 내향문화라고도 한다. 공자에 의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강조된 유교는 맹자에 와서 ‘인의예지’의 본성을 파헤쳐 선하다고 강조함으로써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다. 주희에 이르러 성리학이 되면서 이론이 집대성되고 교육에서 격물치지를 강조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와서 이조의 통치이념이 되면서 유학은 발전을 거듭하고 심학과 경학으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인간학이 된다. 이 속에 있는 것이 동양적 가치이다. 유불선 3교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전했기 때문에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유기체적 자연관과 인륜질서를 강조하며 내면적 초월 세계를 긍정한다. 예의문화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교육에서 이것을 강조해야 한다. 인간과 천지만물은 하나가 된다는 유기체적 자연관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천지만물과는 협조하고 공존하는 것이지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해야 할 우리의 일부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환경재앙은 감소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가족제도와 함께 인륜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인륜이라고 한다. 부자유친에서 서로 사랑을, 군신유의에서 나라 사랑과 상사의 관계를 돈독히 함을, 부부유별에서 존경과 사랑을, 장유유서에서 어른을 존경하고 형제간에 사랑을, 붕우유신에서 믿음으로 친구를 사귀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리고 내면적 수양을 통한 인격의 완성이나 사람으로서 지킬 예절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교육자의 몫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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