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은 시대가 만든다. 시대의 배경이 어두워야 도둑질에 빛이 난다. 1983년 한 도둑이 세인의 귀와 눈을 훔쳤다. 도둑은 부유층과 고위층의 집만을 털었다. 그 솜씨가 비범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언론들은 그에게 대도라는 말을 붙였다. 좀도둑이 아닌 큰도둑, 언론 통제가 극심했던 당시로서는 최상의 호칭이었다.
당시의 시대 배경은 실로 어두웠다. 쿠데타로 나라를 도둑질한 전두환 무인정권은 사회 전반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때리고 가두고 짓밟으면서도 정의와 청렴을 외쳤다. 그러나 이내 부패했다.
이어서 권력형 비리 ‘장영자어음사기사건’이 터졌다. 신군부는 도둑소굴에 다름 아니었다. 우리의 큰도둑은 그 도둑 소굴에서 금은보화를 훔쳤다. 장영자의 집도 털렸다. 훔친 보물은 2개의 자루를 가득 채우고 남았다. 그가 조세형이었다.
권력을 도둑질당한 국민들은 큰도둑을 응원했다. 국민들의 절망과 상실감 속으로 들어온 큰도둑, 그의 도둑질은 대리만족이었다. 사람들은 큰도둑이 무사하기를 바랐다.
그의 행적은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지붕 위를 날 듯이 뛰어다닌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 괴력을 지녔다더라…. 점점 의적이 되어가는 큰도둑을 잡기 위해 권력은 광분했다. 마침내 큰도둑은 총을 맞았다. 막상 잡고 보니 그리 큰 도둑이 아니었다. 시대가 도둑을 부풀린 것이었다.
도둑이 잡혔다는 소식에 부자들과 고관들이 실색을 했다. 장물은 있는데 정작 주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고관 집에서 훔쳤다는 물방울다이아몬드,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부패의 징표였다.
강성천 국회의원 집에 도둑이 들었다. 경찰은 다이아몬드 등 1억원대 금품을 도둑맞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강 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현금 1000여만원만 도난당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2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한국노총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그의 노동운동이 빛났기에 한나라당이 비례대표로 영입했을 것이다. 그런 그의 집에서 누군가 다이아몬드를 훔쳐갔다면 예사는 아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도둑은 알 것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정원이 펼쳐진 도심의 큰 집에서 살고 있음도 그리 흔쾌하지만은 않다. 그의 집은 대지 120평에 건평은 100평이란다.
인류가 다이아몬드에서 찾아낸 첫 용도는 연마재 였다. 4500년 전의 중국 신석기 시대 돌도끼에서 인류가 다이아몬드에서 찾아낸 첫 용도는 연마제였다. 4500년 전의 중국 신석기 시대 돌도끼에서 그 흔적이 발견됐다. 루비와 사파이어 성분이 포함된 돌도끼의 표면이 거울처럼 매끄럽게 갈려있는 것이다. 2005년 이를 조사한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다이아몬드를 연마제로 사용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두 번째 용도는 주술적 장신구였다. BC 7세기께 인도 드라비다족의 왕과 전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돌’이 착용자를 보호해 주는 마법을 지닐 것으로 믿었다.
다이아몬드의 어원이 그리스어의 아다마스(정복할 수 없는)인 점과 일맥상통한다.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도 왕가와 귀족이 ‘질병을 예방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원석을 착용했다. 보석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15세기께 연마법이 발견된 이후의 일이다. 오늘날 보석용 다이아몬드의 주된 용도는 결혼 예물이다.
한국에서 다이아몬드는 주로 도난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1982년 검거된 대도 조세형의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다. 4.6캐럿짜리가 압수됐지만 아무도 “내 것”이라는 사람이 없었다.
절도 피해자에 전직 경제부총리와 국회의원, 기업체 사장 등 정·재계 인사가 많아 파장이 컸다.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의 입지가 딱하게 돼버렸다. 이 경우 다이아몬드는 액운을 막는 부적도, 영원한 사랑의 상징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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