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개정해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2년에서 내년부터 3~4년으로 늘리도록 추진한다고 한다. 지금은 기업이 계약직·시간제(파트타임)·파견·용역 근로자는 2년 이상 고용할 수 없고 2년 이상 계속 고용하려면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줘야 한다고 돼 있다. 높은 임금을 피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가는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주기보다 해고하게 될 것이고, 결국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을 내쫓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법을 만들 때부터 제기됐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작년 7월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올 7월엔 종업원 100~299인 업체로 넓혔고, 내년 7월부터는 모든 기업체로 확대된다. 현재 종업원 300인 이상 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땅에 묻혔다. 남은 사람들은 그의 정규직을 향한 꿈도 함께 묻어야 했다. 1100일 넘게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며 싸우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원 중의 한 명이었던 권명희씨. 그는 2006년 1월 해고되었다. 그리고 넉 달 뒤에 위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발병 사실을 숨기고 투쟁에 동참했다. 투병생활 중에도 병세가 호전되면 농성장에 나타났다. 함께 싸우지 못해 미안해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지난 27일 생전에 그가 그토록 들어가 보고 싶었던, 자신의 일터였던 기륭전자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그리고 “이제 그만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길은 편할 것 같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 어떤 희망의 조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암보다 비정규직이 더 아프고 서러웠던 권명희씨. 그가 떠난 자리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정한 침묵을 규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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