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운명인지 경찰이 되어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경찰관의 생활은 나의 인생관 가치관 성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내 자신은 실감이 잘 안난다.
부정 비리 불친절하면 경찰이 매스컴을 장식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어제 뉴스에 잠깐 접하니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이 경찰관의 비리를 지적하고 책임자는 근절 대책을 답하며 방송국에서는 서울경찰의 기상천외한 비리를 방송하는 것을 보면서 양날의 칼 경찰 직업의 고충을 한번 써 보고 싶은 것은 조직에 대한 애틋함 일까?
요즘 전국적으로 경찰 업무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목 검문 근무를 하면서 필자가 당한 경찰관으로서 애환과 안타까움을 과연 경찰관이 아닌 사람들은 이해가 조금이나 될련지?
목 검문 근무는 차량을 이용한 강절도 예방 검거가 주 목적인 근무지만 검문을 하다보면 부수적으로 음주운전자가 심심치 않게 단속되는데 단속하는 경찰관이나, 단속되는 운전자나 곤욕스럽다.
경찰관도 흔히 단속되는 사람들이 말하는 건수를 올리기 위해 음주운전자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것이 아니고 우연히 음주운전의 범법행위를 보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거나 봐주면 직무 유기죄가 되는 묘한 상황에 처해 버려 사실상 귀찮지만 경찰관도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단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다.
그런데 단속 당하는 운전자는 자기 입장만 생각하여 충분히 봐 줄 수 있는데 기어이 단속하는 것은 건수를 올려 경찰관 본인들이 어떤 인사상의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닌가 짐짓 생각하고 단속이 되고나면 “평생 경찰관이나 해쳐 먹어라. 어디 두고 보자” 하는 등 갖은 욕설과 폭언으로 분풀이를 듣다보면 잠자리가 개운치 않고 심약한 필자는 사실 후환이 두렵기도 하다.
경찰이 하는 일 자체가 모두 법집행이기 때문에 한번 경찰관이 범죄를 인지하고 나면 그때는 경찰관도 그 사안을 마음대로 전혀 할 수가 없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경찰에 처음 입문 당시 선배 경찰관은 정복을 입고 사람 많은 곳에 순찰을 기피하기도 했다.
범죄를 인지하고 경찰관이 마음대로 봐 줄 수 있는 시대는 하늘나라에나 있을 것이다. 법을 집행하려다 도리어 법에 걸려 패가망신하는 경찰관들을 생각하면 양날의 칼과 같은 경찰관의 직업, 하면 할수록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
특히 현장에서 국민과 부딪히며 민생치안의 현장에서 거리의 파수꾼 노릇을 하는 지역경찰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법과 연관이 되어 제대로 행동하려면 신(神)이 되든가, 철학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찰도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맞춰 변화를 거듭하고 선진 경찰로 진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불량과 실수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너무 경찰의 잘못만 현미경으로 들여 보면서 확대 나무라지 말고, 경찰 업무의 특수성 등을 감안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하는 경찰로 우뚝 설수 있도록 국가나 언론 사회적으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데 모두 나서서 경찰을 공격하는 사면초가의 경찰 현주소는 곤란하다. 경찰업무를 이해하거나 협조하던 사람도 5만원짜리 스티커 하나 발부되면 경찰에 악감정을 가지고 대하는데, 음주운전 단속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 300만원 물게 되면 누가 경찰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가지겠는가?
이런 어려움을 감안하면서 단속할 수밖에 없는 경찰관의 고충을 누가 아는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양날의 칼은 잘못하면 남을 베려다 자기가 다치는 위험한 물건, 이런 어려운 조건과 극한 상황에서 국가의 뒤치다꺼리 업무를 처리하는 순진무구한 경찰관들 대부분이 대한민국 경찰이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