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미국이 지난 1987년 12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을 계기로 88년 1월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지 무려 20년 9개월 만의 합의 결과지만 부시 행정부 말기의 가시적인 외교성과 필요의 절실함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떠하든 이제 북한은 명실 공히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미국의 대외원조법이나 국제금융기관법 등의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관 도입이 가능해졌고 공적개발자금 원조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로 인한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활로 개척에도 국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갔다.
물론 당장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게 되더라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핵실험, 인권 유린 행위 등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제재들은 대부분 유효해 당장 실질적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일단 ‘불량국가’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남·북간의 경직된 관계를 해소하고 북한의 국제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의 비핵화과정에 미치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북한이 벌써 “검증 이행이 마무리 되는 것은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조치가 실질적 효력을 발생시키고 5자가 경제보상을 완료하는 데 달려있다”며 미국을 대상으로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언제 다시 핵을 무기로 벼랑 끝 전술을 밀고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북한이 혹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지금에도 핵을 소유한 채 국제원조를 받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어리석은 망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한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은 핵이 아니라 북한주민들의 인권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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