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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모욕죄 신설해야 한다 |
2008년10월13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의상 대사가 저 장대한 화엄경의 가르침을 줄이고 줄여 8자에 담아낸 것이 “행행도처(行行到處), 지지발처(至至發處)”다. 걸어도 그 자리, 가도 가도 떠난 자리’라는 뜻이다. 이는 죽자 사자 수행하고 살아온 사람들만이 확인하는 본래 제 자리, 제 면목인 것이다.
최진실 씨의 선택이 아쉬운 것은 그런 까닭이다. 삶의 온갖 역경을 이기고,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구김살 없는 모습으로 대중의 희로애락을 대신 살아주던 그였으니, 대중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의 돌연한 선택은 남은 사람들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러면 그의 선택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터넷 ‘악플’이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 악플과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할 수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및 인터넷 실명제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희생자의 역사가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악플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테러는 이미 유형화된 사회악의 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연예인은 더욱 이 테러에 취약하지만 보통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1996년 ‘저널 오브 커뮤니케이션’이 특집호를 통해 ‘인터넷은 매스미디어다’라고 선언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연구자는 인터넷의 기능성에 열광해 왔다. 상호작용성 멀티미디어 하이퍼링크 등 상상하지 못 했던 일을 눈앞에 보여주는데 이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았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상품을 소비하기만 해온 일개 소비자가 감히 만인을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게 되자 곧바로 민주주의의 부활이라 지칭했다. 정치문제에서부터 연예계의 사소한 소문에까지 참여라는 명분으로 간섭하는 행위를 자아의 새로운 발견으로 설명했다.
그렇게 10여 년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처럼 놀라워했던 것이 단지 테크놀로지일 뿐이며, 배후에 도사린 인간의 사악함에 테크놀로지가 교묘하게 악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기술의 핵심은 연결이며, 그 주체와 대상은 인간이다. 참여하는 인간 사이의 연결의 한 현상이다. 엘리트집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근대적인 지성의 생산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창출되는 집단지성도 인터넷의 연결 때문에 가능하다. 모두가 자기 가진 것을 한데 모으고 조합해 조각을 하나로 맞추어 낼 수 있다. 인터넷이 이를 만들어 냈다. 적어도 새로운 인식을 생산하는 인터넷의 이 새로운 메커니즘(Mechanism)을 발견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악플의 인터넷 테러는 인터넷의 연결과 참여가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악플의 원생산자는 하늘이 준 이성(理性)을 잃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쓰레기 행위를 댓글로 달고 의지를 주장하고 있다.
중용(中庸)에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은 본성(本性)이라 하고, 본성에 따라 처세하고 일하는 것을 도(道)라 하며, 본성에 따라 도를 분명하게 닦아 일체 사물로 하여금 도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을 교화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성(人性)이 천명(天命)에서 유래되고, 사회윤리도덕(社會倫理道德)이 인성에서 유래되었음을 명확하게 제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성(理性)은 하늘이 준 것이다.
이와 같은 이성을 우리는 잃은 지 오래다. 하루 속히 무엇보다 먼저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세상이 탐욕이나 공포로 치달을 때일수록 이성을 통한 의식적 견제와 균형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익명으로 인격살인에 해당할 정도의 댓글을 달고, 허위사실을 퍼뜨려 개인과 사회에 일파만파의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반대론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악플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 공간의 건전한 토론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반드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야 한다. 사이버 인격살인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죄로 봐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인터넷 윤리를 지켜야 한다.
이번 기회에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지율적으로 제고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감시 기능은 살리고 악성 댓글은 사라지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와 사이버 인격살인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제도를 합리적으로 논의를 통해 찾아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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