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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바닥 뒤집기 |
2008년09월10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지난 8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민주당 김재윤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법대로’ 처리하자고 했지만, 야당의원들의 반발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처리기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72시간 이후 자동 폐기” 조항이 없기 때문에 재상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야가 ‘동료감싸기’에 암묵적 동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이면서 국회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문제가 된 문국현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헌금 6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돈을 준 이한정 당선자가 실형을 선고 받은 만큼, 그 역시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검찰의 9차례 소환요구에 단 차례도 응하지 않았던 그는, 현 정권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을 복귀시키려는 배후 음모가 도사리고 있으며, 검찰이 자신을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고 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 역시, 제주도내 외국 영리법인 설립허가와 관련, 3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국회 신상발언을 통해 “야당탄압을 위한 검찰의 음모”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형사소송법상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이며,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때문에, 신분이 확실한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 요청 자체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본다. 범죄 혐의가 확실하고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불구속 기소를 통해 법정에서 유죄여부를 다투면 될 일이다. 중죄든, 경죄든 도주우려가 없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면 피의자의 자기방어권은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 결백을 주장하는 두 의원들의 행태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검찰에 출두해 조사 받으면 그만이다. 국회를 피난처 삼아, 의원직을 특권인 것처럼 수차례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태도는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만 불러일으킨다.
시중에는 국회의원들이 놀면서도 세비는 제때 챙겨가고, 죄를 지어도 붙잡혀 가지 않는다면서 이보다 좋은 직장이 또 있겠냐는 조롱까지 나돌고 있다.
문제는 국회가 범죄인의 도피처가 되는 것을 막겠다며, 민주당의 전신이던 열린 우리당이 지난 2005년 7월에 국회법을 개정해 체포동의안 처리 시한을 지금처럼 줄여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야당탄압 운운하며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의원을 위해 기꺼이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당의 정책 노선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는 뻔뻔한 얼굴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해도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원칙과 소신이 없다면 신뢰회복은 불가능하다. 신뢰가 안 생기는데, 지지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무조건 배후에 정권의 음모가 있다는 식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국민적 기대에 맞는 수준 높은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언제쯤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처럼 국민들이 열광하며 사랑을 보낼 수 있는 정치인, 정당이 나올지 걱정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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