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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 폭력 |
2008년09월17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선생님 우리 아이를 앞에 앉게 해 주십시오’. 담임교사로서 가장 많이 들었던 요구 사항이었지만 현우 어머님의 간곡한 부탁에 제일 앞으로 앉혔다.
그러나 현우는 부모님의 바람과는 달리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를 하면 킥킥킥 웃는 소리가 들리고, 뒤를 돌아 보면 옆 사람과 장난을 하다 지쳐 뒤를 보면서 원맨쇼를 하는 것이다. 자연 학습 분위기는 흐려지게 된다. 이 경우는 학생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리를 바꾸어 주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앉도록 한다면 학습 폭력이 된다.
모든 어린이에게 발표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꼭 실천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발표를 시켜주지 않음으로써 학습폭력을 가중시킨다. 1학년 때는 모든 어린이가 손을 든다. 그러나 선생님은 특정의 몇 어린이만 발표의 기회를 주어 발표의 기회를 얻지 못한 어린이는 오히려 손을 들지 않게 된다.
그래서 3학년 때는 손을 든 어린이가 반으로 줄게 되고, 5,6학년으로 올라가면 6명으로 고착된다. 6명은 임원들이다. 선생님께서 물어보면 반장이 손을 들어 대답을 하고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알았냐?’라고 물어 보면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수업이 끝난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데 모르겠다고 말할 간 큰 어린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40분 수업에서 어린이가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이 20분 정도임을 감안하면 쓰기와 설명으로 시간을 소비하고 2,3명 정도만 발표를 시키는 수업은 학습 폭력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청소 시간은 학교가 생긴 이래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 중간청소라고 해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수업이 끝난 뒤 청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시간에는 꼭 선생님이 안 계신다. 임장지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 교실은 난장판이 되고 ‘먼지 마시는 시간’이 된다. 이제 교실에 청소하는 기계까지 있어 장난감으로 동원되면 구경하기에도 좋은 볼거리가 된다. 이것도 학습 폭력이라고 할만하다.
간식시간은 지루한 수업을 피하려는 어린이들의 즐거운 시간이 된다. 2교시에 부모님이 가져 온 간식은 3교시에 먹게 된다. 먹느라고 수업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간식의 피해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는다. 그러면 잔반이 너무 많아 남는다. 잔반 1킬로그램은 500원을 주고 버리게 된다. 이것이 학습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 어린이들은 사육되는 동물이 아니다. 마음껏 뛰놀고 공부해야 한다. 놀면서 배우게 해야 한다. 필자가 베트남을 갔을 때 그곳 학교에는 운동장이 없었다. 프랑스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건강한 국민으로 자라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침 8시경에 학교에 와서 아침 독서를 하고 두 시간 수업을 한 후 조금 쉬었다가 3,4교시 수업을 계속하고 점심시간은 급식 시간이라고 복도와 급식 실에서 밥을 먹기 위해 전쟁을 치른 후 5,6교시를 하고 나면 오후 3시 30분이 되는데 거기다 방과 후 교육활동을 또 한단다. 기계나 가능한 일이다. 학습 기계가 된다.
‘방과 후 교육활동’ 겉보기는 참 좋은 교육이다. 방과 후 교육 활동은 투자에 비해 효과가 너무 없다. 방과 후 교육 활동은 대안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선생님께서 한 시간 정도 학급별로 특기적성교육을 시키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습 폭력은 많을 수 있다. 타 기관의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한다든지,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고 고발을 하는 것도 학습 폭력이 될 수 있다. 각종 행사로 인한 교육과정의 침해도 학습 폭력이다. 모든 교육 활동에 앞서 우리 어린이들은 학습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광복 후 파란만장한 격동의 역사를 거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어 국가발전에 공헌하였다. 현행교육체제의 패러다임이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고교체제 다양화, 영어교육, 대학 자율화 등 단편적인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듯해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모든 것이 선생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실력과 열정을 갖춘 교사, 학부모로부터 존경 받는 교사가 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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