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냈던 청와대 인사들이 개입된 비리 사건이 또 터져 나왔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부정부패는 언젠가 들통난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해 준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보수입법에 저항하는 지난 정권 사람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기획수사가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권력형 비리는 그 자체만으로 엄벌 대상이다. 이미 지난 사건이라도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는 이번 사건을 주목한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인맥이며,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홍경태 전 행정관이 사업가인 서모씨의 부탁으로 대우건설, 한국토지공사등 대형 건설사 하청 공사를 따게 해주고, 그 대가로 홍 전 행정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장수천’사업을 할 때 서씨로부터 진 5억원의 채무를 탕감 받는 등의 대가를 챙겼다고 밝혔다. 돈을 주고받은 모양새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수사결과 홍 전 행정관이 개입해 수주를 도운 3건의 건설공사는 모두 3천6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기 중 부정부패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 희망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등잔 밑이 어두운’꼴이 되어 버렸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부패정당이라며 연일 비난하던 정 전비서관 역시 자신의 발등을 내리찍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셔츠 위로 하얗게 소금이 저밀만큼 무더위에 땀 흘리며 일하는 서민들 입장에선 참 기가 막힐 일이다.
부정부패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사회적 확신을 심으려면, 이런 사건들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아무리 큰 비리를 저질러도 구속되고 나면 병보석으로 나오거나 겨우 집행유예 형을 받거나, 사면을 통해 빠져 나와 버리면 이 땅의 공평과 정의는 더 이상 설 곳을 잃게 된다.
임기초부터 부패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온 이명박 정부와 원조부패당 이미지에 사로잡힌 한나라당 역시 이 사건을 호재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스스로 쇄신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미래의 자화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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