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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비뚤어진 넥타이 |
2008년08월27일(Wed) |
| 이승배 <>논설위원 |
지난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대통령 목에 걸린 파란색 실크 넥타이가 비뚤어 메어 있었던 것이었다. 전 세계로 방영될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서, 외국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당시 비뚤어진 대통령의 넥타이가 향후 6개월 간의 국정실패의 복선(伏線)임을 그땐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한중 정상회담에서 연설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넥타이는 또 비뚤어져 있었다. 의전실의 단순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또 6개월?” 이라는 불안감부터 밀려온다. 현충원 방문록에 국어 맞춤법을 틀리거나,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있었던 장면은 차라리 애교로 봐주고 싶을 지경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대통령은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 대해 새로운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진화를 추진하는 동안 더 이상 반개혁 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때문에 지난 촛불시위에 맞서다가 멈춰버린 국정의 시계바늘은 이제 막 그 톱니바퀴를 움직이려는 찰나, 불교계의 반발이 또 터져나왔다. 대통령이 촛불시위 앞에서 두 번이나 사과하며 소통과 섬김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말과 달리 실천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0년만의 정권교체로 반대세력의 극렬한 저항도 이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었겠지만, 보다 위험한 점은 자기 생각만 옳다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반대나 비판의 목소리를 적대시하는 노무현 식의 편가르기 전선(戰線)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은 오히려 더욱 결집되어 조직화된 모습으로 정부 발목을 부여잡고 있다.
게다가 직언을 전하는 충신(忠臣)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은 못 되더라도 차라리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모라는 든든한지지 기반이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이런 것도 보이지 않는다. 촛불시위로 어수선할 때 대통령 혼자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가 반성했다는 그의 고백이 이를 뒷받침한다. 철학과 이념을 공유하고 내부비판을 쏟아낼 수 있는 충복(忠僕)이 없기 때문에, 형님정치가 통하고 측근들끼리 서로 실세 운운하며 계파 싸움이나 하는 추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개월의 국정 혼란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주요 원인중 하나라고 본다.
어쨌든 인복(人福)이 있던 없던 대통령 사정이지만, 공연히 지켜보는 국민들만 피해를 뒤집어 쓰게 생겼다. 지난 선거에서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 취임식을 축하하던 국민 모두는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이명박은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취임 6개월 만에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으며, 물가상승으로 서민 가계가 어려워진 현상을 유가급등, 미국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는 궁색한 변명은 실무경제 전문가라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어 대고 있다.
특히 이번 불교계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면,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생각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부터 기독교만 옳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서울시 교통 지도에서 사찰 위치를 몽땅 빼버리는가 하면, 불교 원로지도자 차량을 일선 경찰이 겁도 없이 뒤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올해를 선진화의 원년으로, 제2의 경제도약을 통한 선진강국의 반열에 대한민국을 올려놓고 싶다면 그 전제로써 국민통합과 사회평화 분위기는 필수적이다. 수 만명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항의하는 동안 청와대 앞에 기름칠한 컨테이너 세워두고,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날려 보내는 식으로는 후진화를 재촉할 뿐이다. 모든 것이 대통령의 생각과 의중에 달려있다. 얼마나 큰 포용의 그릇을 꺼낼지가 관건이다. 부디 이번 비뚤어진 대통령의 넥타이가 과거의 불행을 반복하는 복선이 아니었기를 바란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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