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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龍鎬의 교육칼럼>문자문화변천사 |
2008년08월06일(Wed) |
안용호 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앙코르 와트 사원의 벽면에 새겨진 라마야나 인도 대서사시 양각화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수야바르만 2세가 약 30년에 걸쳐 축조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인 사원의 벽면은 볼록 그림으로 새겨져 있었다. 손오공의 원조인 ‘하누만’ 장군의 목 부풀림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왜 글씨로 쓰지 않고 이렇게 그림으로 나타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나는 인류의 문자 기록문화 변천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책 나라로 들어갔다.
사실 인간이 최초로 기록을 남긴 흔적은 찾지 못한다.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알타미라 동굴을 비롯한 곳곳에 암각화가 남아 있을 뿐이고 문자로는 세계의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는 ‘사자의 서’ 파피루스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파피루스에만 최초로 기록한 것은 아니다. 점토판의 발굴로 보아 흙, 파피루스, 양피지, 종이의 순으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양 쪽으로 눈을 돌리면 또 달라진다.
문자 이전의 기록이 아닌 최초의 기록은 중국 은나라 그림문자가 있다. 나무가 아닌 동으로 만든 제사지내는 그릇에 부족표시로 새겼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것은 상형문자라고 볼 수 있는데 문자로 발달하기까지 1세기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한자는 은나라 귀갑수골문자이다. 줄여서 갑골문이라고 한다. 갑골문이 만들어진 시기는 기원전 14세기이므로 약 3천년 전이다. 갑골문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왕의발’이다. 1899년 어느 날 몸이 아파 한약을 지어왔는데 약 찌꺼기 용골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거북이 뼈에서 글씨 같은 것이 보인 것이다. 금석 학자였던 왕의발이 청 말 사업가 ‘유악’과 함께 사서 모아 분석해 보니 갑골문이었다. 지금까지 11만점 정도가 발굴된 상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물의 뼈가 서사 자료가 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는 ‘분서갱유’까지 하면서 왕권을 강화하였고 황제의 문자는 전서로, 신하의 문자는 예서로 구분하여 사용했다. 여기서 서사자료는 주로 비단이나 죽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1907년 오랠 스타인이 돈황 근처 한나라 때 큰 장성에서 700편의 목간을 발굴함으로써 연구의 장을 열었다. 죽간은 두루마리형태, 절첩본, 책자본 형태로 변형 발전해간다. 대나무나 나무가 서사 자료로 오래 이어간다.
진시황의 통일 기념비는 돌에다 새겼는데 태산을 비롯한 곳곳에 세웠다. 기록에는 후한 회평 4년(175) 역경이하 9개의 경전을 새겨서 수도 낙양에 있는 태학의문 앞에 세웠다고 한다. 이후 만들어진 것은 비석이 227개라고 하니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이 들 정도다. 그야말로 돌 책인 것이다. 몽염이 붓을 최초로 만들었다는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는 비단도 주요문서에 함께 쓰인 것으로 보인다.
105년에는 채륜이 종이를 만든다. 종이는 처음에는 서사 자료로 쓰이지 않다가 이후 인쇄문화의 장을 연다. 종이는 탈라스 전투에서 패한 당나라 종이 만드는 기술자에 의해 아랍에 전해짐으로써 전 유럽에 퍼져, 우리나라 금속활자 기술이 금속활자로드를 타고 유럽에 전해진 활판 인쇄술을 만나 종교개혁과 문예부흥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나라도 목판 인쇄, 활판 인쇄는 세계 제일이 된다. 책이 등장한 것은 11세기 이후로 보인다. 서사 자료가 동, 동물의 뼈, 나무, 비단, 돌, 종이 순으로 혼용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8월 4일자 경향 신문에는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신문 전자종이 전환 필연이다’라는 기사다. 종이의 종말을 고하는 부음처럼 들린다. 미래학자들의 성급한 예견에는 문자제국이 쇠망할 것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종이 책으로 축조된 문자제국이 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자 기록문화, 특히 서사 자료의 변천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교육적 가치를 발견한다. 기록문화의 활성화를 통한 공부의 즐거움 찾기다. 온고지신이라고 했던가?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면 그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라고 학습의 즐거움을 말한다. 호남 유학의 거두 기대승은 매슬로의 욕구피라미드 최상층인 자기실현을 이루기 위해 자기혁신을 통한 경학의 최고봉에 오른 사람이다. 기대승이나 퇴계, 공자, 석가, 예수는 스승이 없다.
학습은 본능이고 지겨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왜 공부가 재미없어졌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교육을 아는 분들의 진단으로는 아는 단계의 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아는 자’, ‘좋아하는 자’, ‘즐기는 자’에서 아는 자에만 머무는 교육과 평가 때문이라고. 지식경영 피라미드에서 제일 밑층의 정보와 지식을 강조함으로써 지혜의 단계에도 못간 때문이라고. 아이들에게 본능인 학습의 즐거움을 되돌려주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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