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2천581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이 7월 말에는 2천475억2천만달러로 줄었다. 불과 한 달 사이 전체 보유액의 4%(105억8천만달러)가 줄어든 것으로 월간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가 환율하락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매도한 것이 주원인이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환시장의 불균형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뒤 8일에 20억달러, 9일에 50억달러 안팎의 달러 매도물량을 각각 쏟아내는 등 지난 한달 간 공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그 결과 환율은 1천원대 초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외환당국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환율이 급변동하는 것은 수출입업체는 물론,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개입이 정당화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고 기획재정부가 자평할 만큼 투입 비용에 비해 효과도 있었다.
보유액이 한달 만에 크게 줄었어도 외환당국은 “충분한 수준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예상보다 감소 폭이 줄었더라도 감소액의 절대치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1년 이후 가장 크고 보유액이 4개월 연속 ‘추세적으로’ 줄었다는 등의 사실 자체는 시장 불안요인이 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당국의 강력한 개입에도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앞으로 외환보유액을 더 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외채는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이래 저래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무역수지가 두달 연속 적자를 내는 등 보유액 확충은 녹록하지 않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여 정유사들의 달러 수요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며 소비자 물가 상승세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외환당국은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의 활용과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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