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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 칼럼(57)-이승배 논설위원 |
2008년08월20일(Wed) |
| 묻지마 살인, 피해자와 가해자 |
사람 목숨이란 것이 정말 덧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교통사고나, 흉악범죄가 난무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 살겠다며, 나름대로의 불로초를 찾아다니지만, 결국은 100년도 못사는 것이 대부분의 운명이다. 때로는 그 짧은 운명의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백주 대낮에 길거리에서 흉기로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홍제동 골목길에서 25살의 청년이 지나가던 41세의 남성을 흉기로 살해했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흉기를 구입한 뒤 범행대상을 찾다가 피해자를 찔렀다”고 말했다. 강원도 동해시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을 그리고 양구에서 운동하던 여고생을 대상으로 ‘묻지마 살인’이 벌어진지 불과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았다. 고시원에서의 묻지마 방화사건 까지 포함하면, 우리사회를 향한 분노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본사회에서 문제되던 ‘은둔형 외톨이’들의 범죄가 이제는 우리사회에도 나타나는게 아니냐는 걱정이 생긴다.
이들은 주로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발생한다. 학업, 취업경쟁에서 낙오하면서 제 위치를 잃은 이들이 고립된 채, 피해의식과 반사회적 성향을 갖게 되고, 이런 스트레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을 때, 일부가 우울증이나 피해망상형 정신분열병을 얻게된다. 급기야, 환청,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끔찍한 범행까지 저지르게 된다.
핵가족화와 부모의 맞벌이로 어려서부터 가족의 유대감을 느낄 수 없는 한편, 사생활을 보호해 준다는 고시원이나 원룸 같은 독립된 주거형태는 고립을 심화시켰다. 낙오와 실패, 그로 인한 고립과 외로움에서 묻어나온 불안감이 요즘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사회 부적응과 우발적 범행을 개인책임으로 치부하기에는 곤란하다. 이들 역시 범죄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테두리에서 밀려버린 피해자 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이들을 시커먼 괴물이라 낙인찍고 피해 다닐 일이 아니다.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진심어린 애정의 목소리로 그들의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에 촛불을 켜서 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을 강요하는 1등 지상주의와 승자독식 사회구조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어렵게 하고 있다. ‘내 아이만’이라는 일부 부모의 그릇된 이기심도 아이에게 어린 시절부터 경쟁과 배척하는 방법을 심어주고 있다.
게다가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들의 치료를 위한 병원문턱을 더욱 높게 한다. 일단 의료보험 기록에 정신질환으로 인한 치료 기록이 있으면, 일상생활, 취업, 심지어 민간 보험가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웃의 차가운 시선은 정신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가슴에 더 큰 생채기를 만들고 있다.
대낮의 길거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과 피해자가 여성이나 노인이 아닌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는 점이 불안감의 확산을 더욱 크게 한다. 하지만, 경찰력에 의존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무고한 피해자들의 소중한 목숨도 안타깝지만, 잠재가능성 있는 외로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근본 대책의 지름길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가벼운 증세라도 용기를 내서 병원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을 때, 서서히 사회적 시선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다만 환자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이웃의 도움이 절실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모두 알고 있지만, 막상 이들을 대할 때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의 벽을 먼저 허물고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안심하고 자기 운명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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