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비자면제 협정이 지연되고, 캐나다가 밀입국을 우려해 유학 비자 발급 절차를 강화하면서 서류 위조나 이른바 ‘급행 비자’를 미끼로 한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주지검 공안부(부장판사 김용승)는 최근 요리사 강모씨(32·광주 서구 화정동)와 식당종업원 이모씨(49·광주 동구 계림동), 노무자 박모씨(46) 등 3명을 공·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강씨는 지난해 6월 비자 대행업자 A씨로부터 ‘20만원의 착수금을 내면 비자 발급에 필요한 기초서류를 준비해 주고, 미대사관 인터뷰까지 마치고 나면 잔금 100만원을 달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고 위조된 재직 증명서와 소득증명, 소득세원천징수 확인서 등을 우편으로 건네받아 미 대사관에 제출한 혐의다.
이씨도 지난해 8월 익명의 여권브로커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은 뒤 수수료 20만원의 대가로 위조된 서류일체를 고속버스편으로 운송받아 같은 해 9월 미 미사관에게 제출했다가 뒤늦게 위조 사실이 들통났다.
박씨 역시 같은 해 7월 모 여권 브로커의 말에 속아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데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만원을 주기로 하고 고속버스 택배편으로 위조된 서류 뭉치를 받아 대사관에 제시, 비자발급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법원은 판단은 단호했다. 비자신청 서류 위조에 가담한 피고인 전원에게 예외 없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다.
광주지법 형사1단독 송희호 판사와 형사6단독 문준섭 판사는 17일 “피고인들이 비자 서류 조작을 부탁하고, 위조된 서류인 점을 알고도 이를 다른 나라 외교기관에 제출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강씨에게 징역 5월에 집행유예 1년, 이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박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비자 면제국 취소’를 고민중인 캐나다에 서둘러 입국하기 위한 ‘급행 비자’ 사기도 발생하고 있다.
정모씨(55·여)는 지난해 12월 ‘아들의 유학 준비자금을 빨리 보내줘야 비자를 서둘러 받을 수 있다’는 비자대행업자 B씨의 말만 믿고 B씨의 계좌로 5차례에 걸쳐 1천300만원 상당을 송금했다가 비자는커녕 송금한 돈마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광주지법 최인규 판사는 “일정 직업이나 소득 등 비자발급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위조’를 원하다보니 이들을 미끼로 한 사기범이 끊이질 않는 것 같다”며 “이는 결국 비자거부율을 높여 비자면제 협정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모 여행사 관계자는 “비자 위조범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국가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자서류 위조범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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