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자녀를 납치했다는 허위 협박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에서도 동일한 피해 사건이 잇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자녀를 납치했다’며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 사례가 최근 1주일 사이 전남에서만 2건 접수됐다.
첫 피해 발생은 지난 19일 오후 7시30분께로, 전남 순천에 사는 서모씨(52·여)에게 익명의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표준말을 구사하는 이 남성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아들이 카지노도박으로 빚을 졌다.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차명 계좌번호와 예금주를 알려준 뒤 10분 이내에 현금 1천만원을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믿기지않는 소식에 귀를 의심한 서씨는 곧바로 아들에게 안부전화를 걸었고, “아무 일 없이 근무 중”이라는 아들의 말을 듣고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무안에 사는 박모씨(60·여)도 지난 21일 오후 3시30분께 날아든 난데없는 협박전화로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아들이 1천만원의 도박 빚을 졌으니, 당장 송금하지 않으면 다신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에 앞이 캄캄해진 박씨는 떨리는 손으로 아들 이모씨(26)에게 전화를 걸었고, 협박 전화는 이내 허위로 들통났다. 감금됐을까 걱정한 아들이 별 탈 없이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경찰은 이들 이외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추가확보와 용의자 조기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용의자들이 발신번호 표시제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도박 빚을 미끼로 자녀를 납치했다고 밝히는 등 유사한 수법을 사용한 점으로 미뤄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는 허위납치 협박사건의 동일범이거나 모방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용의자 신원 및 소재 파악에 나선 상태다.
전남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가족납치를 빙자해 무작위로 협박전화를 걸어오는 사건이 빈발해 선의의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유사한 전화가 걸려올 경우 즉시 인근 경찰관서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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