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산국에 숨어있다는 자연마을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의 품속을 향한 트레킹의 문을 연다.
사람들이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부르는 곳, 지리산 국립공원 해발 800ｍ에 1300년 된 마을, 와운골! 그대로의 맑고 깨끗한 계곡을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 품속과 같은 속내를 지닌 지리산에 들어왔다.
늘 그렇듯이 지리산은 올 때마다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명세만큼이나 산자락이 다르고 흐르는 물이 달라 보인다. 거대함에 범접하기 어렵게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그 품의 넉넉함에 포근함마저 든다. 지리골짜기마다 그만의 비경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뱀사골을 거슬러 풍부한 수림과 짙은 원시림이 어우러진 아늑한 오솔길을 걷노라니 마치 신선이나 된 것처럼 신비로움에 젖는다.
이미 와운교를 건너 와운 옛길로 들어선다.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서러운 길이었겠지만, 이젠 지리에서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지리산 천혜의 비경과 뱀사골단풍의 아름다움 때문에 욕심 많은 트레커들이 감춰놓고 쉽게 알리고 싶지 않는 길이 되었다. 돌이끼 숨 쉬는 울창한 수림 속 옛길을 온갖 초목들과 견주면서 걷노라니 드디어 와운마을이 보인다.
구름도 누워서 쉬어간다는 와운(臥雲)마을 뒷산 위의 지리산 천년송이 늘 푸른 손길을 내민다. 실로 오랜 세월동안 지리산과 와운마을을 굽어보며 빨치산과 토벌대 등 비극의 현대사를 안타깝게 지켜보았을 목격자의 가슴 떨리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천년송의 모습에서 장엄한 기품을 느낀다. 두터운 용비늘 모양의 나무껍질이 오랜 세월의 연륜을 말해 준 듯하다.
소나무 바람을 태아에게 들려주는 솔바람 태교가 전해오고 있는 와운골, 출산이나 장 담글 때 치는 금줄과 혼례상에 솔가지를 꽂는 풍습이 전해오는 곳, 하늘의 구름도 누워 간다는 와운마을! 솔바람 태교의 시원이기도 한 천년의 바람소리는 그리움이다.
천년송의 너른 품에 구름도 함박눈처럼 내려와 누워 있을 산 너머 저쪽의 와운골에 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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