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출범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 5명 중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2명은 관련 단체 추천을 받아 선임하도록 하는 법안을 새해 초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다.
‘관련 단체’의 범위는 정부 시행령으로 정한다니, 결국 정부가 입맛에 맞는 단체들과 짝짜꿍해서 나머지 2명도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 정권 들어 정권과 ‘두 몸 한 마음’으로 짝을 이뤄 정권이 내세운 각종 사이비 개혁에 전위대로 동원됐던 단체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자리를 차고 앉게 된다는 뜻이다. 어용 시민단체에서 청와대로, 청와대에서 다시 어용 시민단체로 순환보직하듯 옮겨 다니던 행태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그대로 되풀이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처음 발표한 방송통신위 설립법안에서 대통령이 위원 5명 모두를 직접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권력의 방송·통신 독식’ ‘내년 대선을 위한 방송 장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방송위원회 위원은 대통령 선임 3명, 국회 추천 6명으로 구성돼 그 중 야당 추천 3명이 그래도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게 해왔다. 물론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권측 위원들 때문에 견제의 제 몫을 못해 왔지만 방송위원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원을 대통령이나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채운다면 결과는 불문가지다. 방송의 독립성은 여지없이 훼손될 것이고, 공영방송은 정권의 감시견이 아니라 권력의 주구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이 정권의 홍보선전기관으로 전락해 정권 재창출의 도구로 쓰인다면 이는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미 지적한 대로 방통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더라도 나머지 위원들은 국회 몫으로 돌리는 게 순리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같은 당 소속 위원을 3인 이하로 규정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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