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를 겪는 계층은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인심이 각박해지고,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풍토여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려는 여유가 부족한 게 현실일 것이다.
다른 때는 소외계층에 대해 별 관심을 갖지 못하더라도 연말이 되면 연례행사처럼이라도 불우이웃을 돌아보는 미덕이 있었으나 이제는 이같은 풍경을 접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각박해지는 세태라지만 경제·사회적 곤경에 처한 이웃을 살펴보고 상부상조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옛 말이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따뜻하게 감싸는 온정이야말로 제도 이상의 효과를 발휘해왔다.
복지시설이나 제도적 보호를 받는 계층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나 사실상 보호대상이면서도 주민등록상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아무런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몇 년전부터 복지에 쓰이는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서 기부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주관해 온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은 준조세 성격을 갖고 있어 자발적 기부보다 마지못해 성금을 내는 문제점이 나타났고, 매년 성금을 내는 기업체와 단체만 단골로 부담을 준다는 점 때문에 민간 차원의 공동모금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공동모금회에 접수된 성금은 각종 복지시설과 단체들의 신청을 받아 협의를 거쳐 배분된다.
이 기금은 주로 제도권을 대상으로 지원되므로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요보호자’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공명선거 정착이라는 명분으로 정치인과 단체장까지도 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따라서 제도 밖의 보호 대상자들에 대한 의식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의 심화로 서민과 극빈층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일회성 은전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경제가 나아지지 않고, 새해에는 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는 이루지만 이번 연말연시에는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사회적 공동체로서의 의무를 실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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