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연료를 운반 해체 절단 용해시키는 등의 작업은 모두 방사선 자체가 아주 잘된 시설 속에서 원격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소규모로 수행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핫셀’이라고 부르는 이 장치는 완전히 밀폐된 상자 속에 원격조정 장치를 연결한 것이다.
핫셀은 일반연구소의 실험실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또 특별히 재처리작업을 대규모 상업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은 재처리공장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사업은 일찍부터 추진되어 왔다. 1971년 초에 이미 원자력연구소는 원자력청에 재처리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는 민간 기업인 영남화학주식회사가 미국이나 일본과 국제적 합작으로 고리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처리능력 연 900톤 규모의 대단위 재처리공장건설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미국과 상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유럽으로 돌려 프랑스와 벨기에와 접촉했다. 프랑스는 상당히 호의적으로 나왔다. 재처리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잘 발달된 프랑스의 한 회사와 우리나라의 원자력연구소간에 재처리공장건설에 관한 기술용역공급계약이 체결되었다. 벨기에도 한국의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생기는 플루토늄의 가공기술을 전수하고 필요한 연구시설을 짓는데 도와주겠다고 했다. 플루토늄 생산은 캐나다에서 들여올 예정인 NRX원자로에서 그리고 생산된 플루토늄의 추출은 프랑스 재처리기술 또 플루토늄 가공은 벨기에의 도움으로 이제 핵무기에 사용되는 원료확보계획은 완전무결하게 수립되었다.
미국의 도움이 하나도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나 1974년 5월에 라자스탄사막의 한 참호 속에서 이루어진 인도의 핵실험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일본의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보다 약간 작은 이 핵무기는 캐나다가 인도에서 건설해준 연구용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해서 만든 것이다. 캐나다는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캐나다는 인도에게 연구용원자로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을 핵무기제조에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인도는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캐나다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인도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전면 중단시키었다. 그러나 캐나다보다 더 당황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부랴부랴 핵무기제조확산을 하루바삐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미국 정부는 즉시 세계 각국에 있는 미 대사관에 정보망을 통해 모든 나라 특히 개발도상국의 핵무기개발여부를 조사토록 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한국의 비밀스러운 핵무기제조 준비작업이 미국의 정보반원들에게 탐지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즉시 핵무기개발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한국이 핵무기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미국군인들을 완전철수 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또한 미국은 캐나다 프랑스 및 벨기에 정부에 핵무기개발기술을 한국에 넘겨주지 않도록 협조해 주기를 당부했다.
이어서 당시 미국의 경제협력 하에 한국에 건설 중이던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금융지원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눈물을 머금고 캐나다로부터 도입예정이었던 NRX원자로도입추진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또 프랑스로부터 들여올 예정이던 재처리시설건설계획도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 모든 핵관련시설에 대한 감시를 적극 진행해 나갔다.
그러다가 박정희 대통령은 10.26사태로 인해 피살당하자 우리나라의 핵무기개발은 종지부를 마쳤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것을 알아야한다. 원자력발전소와 핵무기는 그 뿌리가 같은 것 같으면서도 서로 완전히 상반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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