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VD 표준’을 놓고 소니군과 도시바군이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자업계와 영화업계의 두 거인이 벌이는 이 승부는 가히 ‘세계대전’이라 할 만 했다.
지난 80년대 초반 소니와 마쓰시타가 각각 베타방식과 VHS방식을 가지고 격돌했던 VCR기술 표준전쟁이 생각났다. 이 싸움에서 소니는 졌고 비디오 시장을 통째로 빼앗겼다.
이번 차세대 DVD 표준의 경우 이 싸움에서 이긴 쪽은 연간 240억 달러로 추산되는 가정용 DVD 시장을 독차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었다.
우리나라의 표준화 제도는 40여년 남짓한 역사를 통해 공산품 품질 향상과 수출품의 국제 경쟁력제고에 기여하며 60~70년대 경제 개발의 탄탄한 토대가 되어 왔다.
90년대 이후에는 ‘표준’이 가진 여러 가지 기능과 가능성이 새로이 확인되면서 표준은 이제 표준 자체만의 영역을 벗어나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을 표준에 채택시킴으로써 세계시장을 선점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쟁업체로부터 로열티까지 받아 표준화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 한 기업의 ‘동영상압축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어 앞으로 10년간 약 1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국제 무역에서는 이미 80%가 넘는 제품이 표준의 영향 하에서 유통되고 있고, DVD, 무선랜 등은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표준이 제정되어 이 표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표준’은 진시황제 때부터 시작되었다. 진나라는 누가 쏘더라도 500보 밖에 있는 적의 갑옷을 뚫는 활을 개발했다.
이 가공할 신무기의 이름은 ‘쇠뇌’ 개인의 무공과 관계없이 쇠뇌는 방아쇠만 당기면 500보 밖에 있는 적의 심장에 화살을 꽂았다. 쇠뇌는 무장한 진나라의 무사들은 파죽지세로 중원을 내달려 동이족을 압도하고 처음으로 중국대륙을 통일했다. 이때가 기원전 221년이다. 미국의 남북 전쟁에서도 북군이 승리한 것은 소총의 표준화에 있었다.
총성이 울리는 전쟁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자제품 심지어 햄버거를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을 정복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포드자동차의 세계 최초 대량 생산 모델인 T모델도 부품 표준화를 통한 성공 사례이며, 맥도널드 햄버거 역시 처음으로 음식을 일정한 규격의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 입맛마저 통일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정복했다.
표준은 모든 정책이 총 집결하는 강력한 추진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2006년은 국가 표준화 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새로이 국가표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가는 첫 해였다.
또한 고려시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이후 인류 문명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의 약진을 발판으로 다시 세계무대의 중심에 선 해였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2005년 말 국제 표준이 된 한국의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가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선을 보였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안에서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개발, 미국 ‘국제 전기전자학회’로부터 국제 표준으로 공식 승인 받은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주최국인 독일을 비롯하여, 유럽 각 국에서 한국이 만든 지상파 DMB 기술을 이용해 이동 중인 팬들에게까지 생생한 경기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한국의 지상파 DMB 기술이 유럽의 표준으로 채택된 결과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이 기술을 이용한 방송이 2006년 4월에 시작되었고, 캐나다와 인도에도 이 기술이 수출되었다.
우리의 기술들이 국제적인 기준이 되는 ‘표준’으로 인정되면서 휴대인터넷과 DMB의 세계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세계경제가 글로벌화 되면서 표준은 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의 생존전략 차원의 문제가 되었다.
표준이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 그 자체가 된 것이다. 그 영원한 블루오션인 표준을 이제는 우리가 석권해 가야한다.
세계는 ‘표준전쟁’중이다. 이 전쟁의 승자는 시장이 넓어지면서 경제적 이익을 누리지만 패자는 시장 종속이라는 상처와 함께 경제적 손실을 떠 안아야한다. 우리는 특허강국의 위상도 확보했다.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은다면 표준강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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