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법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혁명적 변화’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긴장과 걱정이 몰려온다. 법을 잘아는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모두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그것은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함에 따라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 법조인 선발 및 양성 체계가 큰 틀에서 변화를 맞게 돼기 때문이다.
앞으로 판사·검사·변호사가 되려면 대학 학부에 이어 3년 과정 로스쿨을 나와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기존 사법시험 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으나 우리는 잘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 로스쿨 논의가 시작된 지는 어언(於焉) 13년이 됐다.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가능한 한 저렴하게”라는 슬로건(slogan)을 내걸고 법조인 수의 획기적 증원과 법률가 양성제도의 개혁을 주창했다.
당시 법조인 수는 증가했지만 법률가 양성제도의 개혁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고시촌이 부흥했고, 전 학부의 고시화를 초래한 것이다. 관료적인 법률가 연수기관으로 출범했던 사법연수원은 1000명의 대량인원을 법률소비자의 수요에 맞추어 교육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어 마침내 로스쿨 법안(法案)이 만들어졌지만, 법조집단의 이해관계와 충돌되는 까닭에 그 통과는 난산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특정 집단의 이기심(利己心)이 제도의 취지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로스쿨 도입은 아직 여러 고비를 남겨놓고 있다. 우선 로스쿨 정원이 3000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학들과 1200명이 적당하다는 변호사단체 주장을 조정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로스쿨을 하겠다고 나선 대학은 40개나 된다. 로스쿨 한 곳 정원은 150명을 못 넘게 돼 있다. 로스쿨의 전체 정원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많아야 20개 대학이 로스쿨설치 인가를 받게 될 것이다.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를 받겠다고 투자한 돈이 2000억원을 넘는다. 어느 대학이 선정되더라도 후유증(後遺症)은 있으리라고 본다.
로스쿨 도입 취지는 무엇인가? 국제금융·환경규제·공정거래·지적재산권·인수합병 같은 다양한 분야의 분쟁해결 역량을 갖춘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헌법(憲法)·민법(民法)·형법(刑法) 등 7개 과목 법전(法典)만 암기하고 모의시험 문제를 풀어보는 한국의 법학교육으로는 사회 변화를 따라갈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선진국 로스쿨에서 학생들은 토론과 발표, 모의재판은 물론 현직 변호사를 보조해 공판에 참여하는 현장 수업도 받는다. 우리 법학교육 여건은 어느 대학이건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시대는 ‘국립’ 사법연수원시대의 종언을 뜻한다. 똑같은 문제를 암기하고. 똑같은 연수원을 거쳐야 하는 국가양성모델을 벗어나겠다고 한다면, 개별 로스쿨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4년제 대학에만 로스쿨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대학의 자율과 자치의 토대 위에서만 다양한 전문교육이 보장될 수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반드시 전문대학원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 수도 한 스쿨당 150명의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적게는 50명, 많게는 300명까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겐 개별 분야로 특화된 로스쿨과 개별 지식의 융합적 발전을 이룩할 로스쿨이 두루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별 로스쿨의 창의적 실험의 시도에 대해 총입학정원이 암초처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진다.
정부는 또 학비가 문제임을 십분 인식해야 한다. 3년제인 로스쿨을 마치려면 1억~2억원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돈 있는 사람만 로스쿨을 다닐 수 있게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헌신하는 전문성도 길러야 한다. 특권적 소수 엘리트 시대를 끝내고, 정말 국민에게 봉사하는 법전문가의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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