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닥쳐오고 있다.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이기 시작해 매우 고무적이다. 북핵 6자회담이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 3월 22일 휴회로 끝났던 1단계 회담에 이은 6자 2단계 회담으로 5개월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이야말로 원만한 현 북·미 관계를 감안하면 북핵 폐기의 추동력은 이전보다 확고해진 것이다. 천만 다행이다.
6자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의장국인 중국은 차기 6자회담을 18, 19일 개최하는 방안을 참가국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방식은 수석대표회담이며 별도의 개막행사 없이 곧바로 전체회의 또는 양자회의를 통해 현안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6자가 모이면 일단 ‘2·13합의’에 대한 초기조치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작업을 벌인 후 영변 등 북한의 5개 핵시설에 대한 폐쇄·봉인조치 이후의 단계인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연내에 마무리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논의가 연말께 시작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도 “북한과의 적대관계 공식 종료를 위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겉으로는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한국의 종전 선언’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도 최근 ‘평화체제수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과제’라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 6자회담이란 무엇인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국,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6개국이 서로 모여 논의하는 다자회담(多者會談)을 말한다. 2003년 8월 27일부터 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 3일간 제1차 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6자회담의 주요의제는 북한 핵문제이기 때문에 6자회담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지난 1980년대 말부터 제기됐다가 1993~94년에는 한반도를 전쟁 일보직전까지 몰고 간 탈 냉전 시기의 가장 위험한 한반도의 안보위협이며, 전쟁 요소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돌출 변수가 없다면 올 하반기에는 북핵 폐기 및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두 갈래 협상이 동시에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잘만 되면 휴전 후 60여년간 지속돼 온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되는 역사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남북한을 비롯한 미·중 등 관련국들의 중지(衆智)가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6자회담에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 신고의 핵심인 ‘과거 핵에 대한 규명’, 즉 기존에 생산된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과 사용 내역을 밝혀야 한다. 한미 당국이 추정만 하고 있는 정확한 핵무기 보유랑과 핵실험 내역을 공개하라는 얘기다.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 국가 최고 기밀을 밝히라는 의미와 같다. 핵의 모호성을 무기로 벼랑 끝 전술을 펼쳐 온 북한으로서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때문에 핵무기를 제외하는 등 낮은 단계의 신고 합의가 이루어질 공산이 없지 않다.
북한은 또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하는 추가 합의를 조기에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대북 지원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의 개최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6개국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 폐쇄 소식에 도취되어 이후 펼쳐질 시나리오를 내다보지 못한다면 너무 근시안적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 약속을 미루고 핵 폐쇄 및 불능화와 관련한 뉴스거리를 생산하는 데에만 매달린다면 ‘시한부 평화 공세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반드시 대북 지원 준비와 함께 ‘핵 평화 공세’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른바 유비 무환(有備無患)이 그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 게임에서 조건(條件)·속도(速度)·시기(時期) 등을 장악했다. 우리는 하루 속히 의타심을 버리고 경계(警戒)·신중(愼重)·인내(忍耐) 등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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