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속에 든 진주알들을 한꺼번에 많이 움켜쥔 채 손목을 빼려고 아등바등거리다가 한 개도 못 빼냈다는 동화가 있다. 인간은 당장 눈앞의 이득에 눈이 어두워 순리라는 지혜를 잊고 살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이 곧 그만큼 채우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사는 아둔한 바보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재물은 퍼간 만큼 채워지고, 채운 만큼 퍼가야만 되는 순환의 조건이 세상사는 맛이라면…. 이제는 움켜쥔 보석 쥔 손을 그만 놓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만화 ‘쩐의 전쟁’에서)
드라마 ‘쩐의 전쟁’이 끝났다.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던 드라마가 끝나자 사람들의 관심은 만화로 옮겨가고 있다.
돈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우리는 모든 것들이 종국에는 돈으로 계량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죽자살자 돈을 벌려고 한다. 돈에 웃고, 돈에 운다. 그러나 돈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빈곤은 죄가 아니다’(G 허버트)와 ‘가난한 자의 생애는 죄악이다’(바빌로니아 율법서)로 갈린다.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많다. 금언들도 나뉜다. ‘만족한 빈곤은 명예로운 자산이다’라고 말하면 ‘빈곤은 범죄의 어머니다’라고 되받는다.
돈이 많고 적음은 다분히 상대적이다. 하지만 돈 없음이 칼보다 더 날카로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부자의 향락은 가난한 자의 눈물로 얻어지고, 한 사람의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수 백명의 가난뱅이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두부 자르듯 자른다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못 가진 자는 다수이고 가진 자는 소수이다.
대한민국은 대부업의 천국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가난한 이들에게는 지옥이다. 우리나라에는 등록된 1만7000개와 미등록된 3만개의 대부업체가 있다고 한다. 작가 박인권은 가난한 사람들의 피눈물까지 핥아 먹는 ‘돈의 하이에나’ 사채업자들을 추적하여 돈에 얽힌 세상사를 펼쳐보였다. 돈을 좇다가 돈에 쫓기는 사람들에게 돈에 대한 두 얼굴(천사와 악마)을 보여주고 있다.
재정경제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채시장 규모는 18조원,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은 329만 명이다. 한국은행 자료는 2007년 1분기 우리 국민의 가계 빚 총액이 586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라고 밝혔다.
고리사채를 썼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끝내 가출하거나 뒷골목 유흥가에 몸을 내맡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집요하면서도 악랄한 빚 독촉에 일가족이 한꺼번에 목숨을 끊는 경우마저 없지 않다. 요즘 사채업자 얘기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텔레비전 연속극의 내용이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식구들과 함께 동반 자살을 기도했던 전북 익산의 문모씨의 경우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급전 100만원을 빌려 쓰고는 매달 30만원씩 이자를 내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사채업자로부터 빌려서 돌려 막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1년 반만에 원금과 이자가 무려 2500만원으로 불어나 아내와 젖먹이 어린딸과 함께 자살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처지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고리사채 때문에 피해를 입은 서민들의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지자체의 수사의뢰는 물론 과태료 부과 실적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악덕 사채업자에 대해 생계침해형 부조리로 단속하겠다는 약속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대부업체들은 온갖 교묘한 광고로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절실하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