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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과 다이어트 / 이승배<논설위원> |
2007년07월25일(W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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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시나 부를 읽다 보면 ‘폐월수화(閉月羞花)의 미인’이란 말이 나온다. 달이 가려지고 꽃이 부끄러워 할 정도의 미인을 말한다. 폐월(閉月)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등장하는 초선(貂蟬)이라는 여인이다. 왕윤이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시키기 위해 사용한 미인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미인으로, 어느 날 초선이 화원에서 달구경을 하고 있는데,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리웠다.
이를 보고 왕윤이 “초선의 미모는 달조차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다”라고 말 한데서 유래한 말이 폐월(閉月)이라는 말이 됐다. 수화(羞花)는 바로 양귀비(楊貴妃)를 칭하는 말이다.
어느 날 양귀비가 화원에서 꽃을 감상하다가 함수화라는 꽃을 건드렸는데, 함수화가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다 한다. 이를 본 현종이 “그녀의 아름다움은 꽃조차 부끄러워 하는구나”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인도(美人圖)를 통해 그 모습을 찾아보면 대체로 우윳빛 피부와 통통한 얼굴, 실같이 가는 눈매 등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요즘 미인의 기준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미(美)의 기준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인도에 나타난 과거의 미인들이 대체로 통통한 외모를 가졌던 것은, 산업 근대화 이전 의식주를 비롯한 생계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했으며, 풍만한 외모는 여유로운 경제생활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기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현대 사회에서는 남들과의 차별성, 즉 ‘개성’에 아름다움의 기준을 둔다. 사회 문화가 다양화 되는 만큼, 아름다움 역시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양성의 내면에는 또 다른 ‘획일성’이 자리잡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여러 미디어를 통한 서양문화의 영향은 우리사회의 미인에 대한 기준을 바꿔 놓았는데, 최근 미인대회 입상자나 인기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겠다. 이들 대부분이 서양인의 외모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의 원인이 일부 디자이너와 상업주의 세력이 결탁한 결과에 있다는 견해가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디자이너들은 소위 옷발이 잘 받는다는 이유로 패션쇼에 키 크고, 깡마른 모델들만 기용하는 한편, 이를 활용한 의류회사들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모델처럼 날씬한 몸매를 가지는 것이 아름다워 지는 것이다”라는 무언(無言)의 암시를 주며, 결국 많은 여성들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있다.
의류회사의 매출 상승은 광고에 재투자를 불러오고, 이를 내보내는 방송사들 역시 소비욕구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광고주인 기업들의 매출이 증대할수록, 광고수의 증가로 방송사의 수익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이어트 산업이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관련업체가 경쟁적으로 광고를 쏟아내고 있으니, 우리 여성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의 걱정, 동류집단 압력(Peer Group Pressure)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또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녀들을 단순히 ‘상업주의 폐해’의 제물(祭物)로 보기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의학적으로 정상 체중인데도 다이어트에 실패했다며 자살하는 사람이 생겼는가 하면, 외모에 대한 자신감 결여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의 증가하고 자아형성이 불완전한 청소년들에게 ‘외모지상주의’라는 평생을 괴롭히는 족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Diet)’는 건강을 위한 식이요법이란 뜻이지만, 요즘에는 ‘체중감량’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오로지 ‘체중감량’에만 목적을 두기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약물복용, 정체불명의 식품요법과 심지어 외과 수술까지 동원된다. 부작용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무리한 체중감소는 신체 불균형과 정신적 폐해를 유발해 여성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다’는 말은 여성의 생명 창조 능력을 바탕으로 증명할 수 있다. 한 생명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길러 세상에 내보낸다는 것, 이는 여성만이 가진 특권이자 성스러운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작된 아름다움의 기준 아래 무리한 다이어트로 본인의 건강을 해치고, 새 생명을 위한 보금자리가 황폐화 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할 문제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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