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록에 의해 보전된다. 인류의 역사를 1만년으로 잡고 기록을 들춰보면 서사 자료에 의해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동양이나 서양이 자연물에서 원료를 취하여 기록하였으니 세계 최초의 책을 파피루스라고 하는 것은 서양 사관에 의한 것이다.
동양에서는 돌이나 거북, 나무나 대나무 등에 기록하여 오다가 2세기에 종이의 발명으로 일대 변혁을 맞는다. 이 종이는 서양으로 넘어가 종교개혁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서양문화의 꽃을 피운다. 더 나아가 서사자료는 전자 매체로 이동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책 한권의 정보량은 약 1메가바이트. 1990년대에 700메가바이트 용량의 CD 한 장에는 책 700권을 넣을 수 있었다. 최근 등장한 동일한 크기의 ‘불루레이’ 디스크에는 책 5만권이 들어간다. 현재 양산되는 최대 용량의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말부터 만들고 있는 16기가바이트. 이를 이용해 32기가바이트 메모리카드를 만들면 손톱보다 작은 공간에 책 3만권이나 DVD급 영화 20편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굵기가 수 나노미터에 불과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하면 1그램 정도의 메모리 안에 PC 110억 대의 분량과 맞먹는 88만 7808페타바이트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영국의 공상과학소설가 찰스스트로스씨는 주장했다. 2003년까지 인류가 기록한 모든 데이터는 대략 2만 2000페타바이트로 PC 2800만대 분량이지만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모래 입자 크기의 저장 장치로 일상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될 때 앞으로 종이는 어떻게 될까? 기술의 발달로 종이의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 생각되겠지만 앞으로 종이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1억톤 정도가 소비되는데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해초로 종이를 만들어낸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이것은 제 2의 종이 발명이라고 할 만한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해초 중에 붉은 색을 띠는 홍조류인 우뭇가사리나 풀가사리로 종이를 만든다고 하는데 정보통신 산업 못지않게 중요성을 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속활자의 발명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발명해 전 세계를 상대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을 가진 문화민족이다. 세계기록문화유산이 6개나 된다.
둘째, 바다에서 재배한 원료를 쓰기 때문에 살림을 훼손하지 않게 된다. 재료를 무한대로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종이를 만들려면 산림이 파괴되어야한다. 그러나 염려할 것이 없는 것이다. 재료도 속성 재배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셋째, 우리가 나무를 사용하여 종이를 만들려면 표백을 해야 한다. 표백을 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이 발생하게 되어 우리의 환경은 오염될 대로 오염이 되었다. 그러나 해초로 종이를 만드는 것은 친환경 산업이다.
넷째, 값이 싸다. 제조과정이 간편하기 때문에 생산가가 적게 먹힌다. 우리는 종이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꿈의 종이라 할 만하다.
다섯째, 해초종이는 목재종이보다 그 구조가 치밀하다. 또 인장강도가 높아 훨씬 질기고 인쇄 효과도 뛰어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자랑할 많은 것을 갖고 있다. 한글이 있고, 고려자기가 있으며, 금속활자가 있다. 팔만대장경 등 많은 문화유산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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