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길이나 부피, 무게 등을 측정하는 단위를 법정 계량단위인 미터법을 적용시키고 현재 시행중에 있다.
이 미터법은 길이나 너비를 미터(m)로, 부피는 리터(ℓ), 무게는 킬로그램(㎏)을 기본단위로 하는 십진법 도량형법으로 우리나라에는 지난 1963년에 계량법을 제정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평(坪)이나 근(斤)같은 단위는 국제화에 맞지 않고 법정단위와 혼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 국제 미터법을 기준으로 법정계량단위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근(斤)이나 척(尺), 리(里), 말, 되, 석(섬)같은 단위는 이미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되어 왔기에 갑자기 단위를 바꾸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정착이 된 후에는 다시 익숙한 단위로 쓰이게 되겠지만 단위를 변경하고자 하는 정부와 관계부처의 제도적 방침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법과 제도의 변경을 시행하면서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었을 뿐 아니라 충분한 홍보가 되지 않아 다수의 사람들이 법정계량단위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미터법이 일반화된 추세다. 단위의 일원화를 위한 정부의 미터법 시행취지와 방향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현행 쓰고 있는 단위와 새로운 단위를 병기함으로써 혼돈을 줄이고 익숙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법정단위이니 무조건 쓰면 안 되고 쓸 경우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억제하는 의도가 보인다.
단지 평이나 돈은 우리의 고유단위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단위이고 우리 민족의 정서에 맞지 않다고 해서 변경한다는 것에는 일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고 있고 고유의 언어와 글이 있어 자랑스러운 나라다. 그런데 외래문화가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인터넷이나 통신문화에 한글의 정통성이 훼손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친근하게 이어온 우리의 고유단위까지 없앨 필요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으로 결국 국제화에 따르다 보면 우리말과 글까지 바뀌게 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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