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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바라보며 / 이승배<논설위원> |
2007년08월13일(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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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8월 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기로 합의됐다. 최근 북핵 관련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규모 경제지원 구상은 국제사회에 큰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과 북이 지난 50여년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경제공동체를 통한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한반도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데서 이번 회담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핵실험 이후 북한에 가해지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경제적 고립정책은 북한 내부에 상당한 고통을 가져다 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대내외적 위기상황을 해결할 대응책이 필요했으며, 이번 정상회담이 문제해결의 물꼬를 터주길 바라는 눈치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임기 동안 정상회담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으니, 그 열매가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낙관적인 분위기 이면에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쟁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정상회담 시기와 개최 장소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일 뿐만 아니라, 27일부터는 한미군사합동훈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선거 때마다 일명 ‘북풍’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쳐왔던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을 것이다. 대남정보기관을 통해 국내정치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북한으로써는 비핵화 문제와 대북강경론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계적으로 탈이념주의가 보편화된 가운데, 남북문제를 이용한 정치공작의 영향력이 과거보단 줄어들겠지만, 수 십만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우리 대선 구조상 여전히 북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줄기차게 한미군사합동훈련 중지를 요구해 온 북한으로써는, 이번 회담일자를 의도적으로 군사훈련 일정과 겹치게 함으로써 한-미 양국에 부담을 주어 군사적 공조관계를 이간시킬 속셈도 드러내고 있다. 만약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한-미간 가장 중요한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동안, 남한 최고 국군통수권자가 북한에 가 있는 넌센스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훈련 일정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회담 개최시까지 북한이 이 문제를 의제선점을 위한 카드로 활용한다면, 우리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지난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6.15 공동성명에는 “김정일의 남한 방문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바,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실천적 평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중요한 약속이었음에도, 2차 회담마저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신뢰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다.
물론 분단국가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명분’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는 일부의 주장도 일리가 없진 않지만, 이미 합의된 내용조차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회담 결과의 실천력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고려해 봐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이번 회담으로 인해 생기게 될 우리사회의 북한 정권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감이 사회 전반에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6.25 한국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피해와 경제 인프라 붕괴로 민족의 가슴에 큰 상처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전쟁 책임에 대한 사과는 커녕, 오히려 남측의 도발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또한 북한주민들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킨 채, 철저한 이념적 세뇌와 군대를 앞세운 공포정치를 통해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부자세습 독재체제를 유지해 왔다.
김정일이 고급 외제 승용차를 수집하고 수천달러짜리 와인을 즐기는 동안, ‘꽃제비’로 불리며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북한 어린이들의 참담한 모습과 낙동강을 떠다니는 굶어죽은 시신들의 모습이, 우리가 외면하는 동안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우리 측 요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인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지난 2.13합의의 확실한 이행방안에 대한 책임자의 공개 약속을 받아야 하고, 영변 이외의 핵시설 폐기 문제도 구체적으로 보장 받아야 한다. 더불어 이산가족 상봉문제나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 등 현안들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
이번 회담의 성패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담 합의시부터 많은 의제를 북측이 선점하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정부는 마냥 북측의 요구에 끌려 다녀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내고, 서해 NLL 재설정 같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거절과 더불어 북한 비핵화 문제와 인권 문제 등의 해결방안을 약속 받은 후에 경제 지원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햇볕정책은 무력을 배제하고, 경제적 지원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자칫 퍼주기 식의 경제지원이 독재체제 연장을 위한 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회담진행과 차후 실천과정을 국민들이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지켜볼 때, 비로소 이번 정상회담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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