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 28~30일까지 사흘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6·15 공동선언에서 후속 정상회담을 약속했기에 그렇게 놀랄 만한 역사적 사건은 아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한체제의 속성상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론(異論)이 없다. 그것은 2차 남북정상회담의 발표에 대한 거리에서의 민심(民心)이 의외로 차분하기 때문이다. 분단 후 첫 남북정상 간 만남에 온 국민이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7년 전 ‘그때 그 감흥’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대신 “만남 자체보다 구체적 성과가 중요하다”는 현실적 의견들이 아주 많았다.
우리는 이제 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를 평가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라는 측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남북 최고지도자 간 만남의 정례화는 교류협력의 질적(質的) 향상(向上)과 이의 전제인 군사적 긴장완화 등을 위해 매우 유용하다고 본다. 하지만 2차 정상회담이 6·15 남북공동선언에 명기된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答訪) 형식을 취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평양에 가서 알현하는 식의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정례화의 의미가 퇴색되는 까닭이다. 따라서 다음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열도록 해야 남북관계의 진전에 실질적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진다.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동시에 발표하면서 의제 결정을 추후 준비 접촉사안으로 미룬 것은 성급하고 위험하다. 단순히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는 것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으로 족하다. 뚜렷한 의제도 없이 만나고 보겠다는 것이냐는 비난도 나온다.
정부는 실무 접촉과정에서 주요 의제의 윤곽을 잡은 후 준비 접촉을 통해 공식적으로 조율해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지 모른다. 회담의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결국 차기 정부에 이행 의무를 떠넘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제 선정의 방향이다. 소모적 이념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많은 의제는 제외시켜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의제가 결정돼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한 차원 진전시키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가져와야 한다. 핵폐기가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여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핵문제를 북-미 양자간 협의과제로 인식하는 북한의 생각을 차제에 바꿔 놓아야 한다.
둘째, 노 대통령은 반드시 우리의 체제와 안보에 위해를 가할 북한의 흉계를 배격해야 한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선 6·15남북공동선언에 명기된 ‘낮은 단계의 연방데’ 통일방안의 실천을 고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 확대, 경의선·동해선 상시 연결, 남북 간 인원과 물자의 자유왕래 등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북한에 주기만 하고 무엇 하나 받는 것이 없는 까닭이다.
문제는 재원과 국민적 공감이다. 북을 정상적인 국가로 이끌고 남북관계를 한 차원 발전시켜 나가자면 일정 부분 경제적 지원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에 대비한 사전 투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우리가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쌀을 포함해 북에 건넨 지원액은 무려 6조5899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많이 주고도 김정일 정권의 태도나 북한 주민들의 삶을 크게 바꿔 놓지 못했다. 오히려 북의 미사일, 핵 개발로 남북관계와 주변 정세는 경색되고 말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짐만 지우는 남북경협 합의가 나와서는 안 된다. 북한의 비핵화에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 한다. 그리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같은 반대급부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청와대 당국은 ‘북한의 핵폐기 방안’ 연구에 심혈(心血)을 기울여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원칙에 입각한 회담’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시점이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