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박정희 대통령은 화석연료에 대한 대체에너지로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한국원자력연구소를 수시로 방문하였다.
토요일이면 헬기를 타고 연구소에 와서 연구원들에게 당시 돈으로 100만원~200만원의 격려금을 주고 갔던 것이다. 이같이 박정희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국내 20기 원전 보유국으로서 세계 6위 원전선진국으로 도약되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기업이나 가정에서 싼값의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원자력발전 초석을 다진 국가 지도자의 덕분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지난 82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평균 199.5% 인상되었으나 전기요금은 원자력 덕분에 불과 3.3% 밖에 인상되지 않고 있어 모든 생산단가가 저렴하므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지렛대 삼아 외교적 실리도 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핵무기 원료가 되는 푸로토늄을 얻기 쉬운 중수로 원자로를 캐나다로부터 도입하여 지난 77년 착공해 83년 준공한 우리나라의 초창기 원전 월성 1호기는 중수로형이다.
국내 원전 20기 가동중 경수로 원전 16기와 월성 중수로 원전 4기가 되고 있다. 경수로와 중수로의 중요한 차이는 후자인 중수로가 핵무기 개발용으로서 푸로토늄 생산이 쉽다는 것이다. 경수로의 핵연료 교체는 1년에 단 한 번만 있는 행사다. 이때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가 철저하기 때문에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핵무기 개발 목적으로 빼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중수로는 다르다.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매일 핵연료를 교체한다. 하루에 16개씩 핵연료를 교체하기 때문에 IAEA 감시의 눈길을 피할 여지가 있다. 이렇게 뽑아낸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의 원료인 푸로토늄을 얻을 수 있다. 74년 인도는 핵실험 성공으로 핵보유국이 되고 있다. 인도가 이처럼 핵실험에 성공한 배경에는 캐나다로부터 도입된 중수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도가 핵실험을 성공한 이듬해인 75년 1월 캐나다와 중수로 도입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인도가 캐나다에서 공급받은 중수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갖고 푸로토늄을 생산하자 미국과 IAEA는 긴장하여 중수로를 도입하려고 하는 나라를 엄격하게 감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기에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중수로를 도입하는 것은 국가 통치자의 일관된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대만은 중수로 도입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의심 받을만한 기술은 제외하고 중수로만 도입하기로 하였다. 미국이 한국을 믿은 것은 박정희 정부가 75년 4월 핵확산 금지조약(NPT)를 비준한데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 안보를 위해 핵개발 의지를 강력히 피력해나갔다. 이같은 핵개발 의지에 미국은 크게 긴장하여 어떻게 하든 한국이 핵개발을 하지 않도록 박정희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 주한 미군을 줄이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잇따라 제공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과 핵숨박꼭질을 벌이면서 원자로와 핵우산을 받고 원자력 기술도 발전시키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므로 비록 우리나라가 핵보유국은 안되었지만 원자력발전 세계 6위 선진국으로 도약된 것은 국가 지도자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원자력 선진국에 있어 프랑스 드골대통령이나 일본 다나까수상의 원자력에 대한 강력한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한 10.26사태만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어쩌면 핵보유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안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은 미래를 열어갈 원동력이 되고 있으므로 고유가 시대에 그 진가는 더욱 평가 받으리라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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