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면서 “정부 최종안이 언제 나올지 못 박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안에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흐리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전임 이용섭 장관이 지난해 7월 “연내에 공무원연금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내년초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장관이 바뀐다고 중요정책을 이렇게 뒤집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정부 불신을 자초하고, 나아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인 까닭이다.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의 자동 증액과 관련된 기준이다. 현재 공무원연금 지급액은 소비자물가와 현직 공무원의 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자동 증액된다.
KDI와 연금발전위는 이를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단일화하거나 증액분을 줄이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연금 지급액 증가 속도를 3분의 1 정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행자부 논의 과정에서 기존 방식을 거의 유지하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근무 연수에 따른 연금지급률 산정 기준, 보험료 인상 일정 등도 후퇴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미적거리는 것은 공무원의 퇴직 후 ‘철밥통’까지 국민의 혈세(血稅)로 보장하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싶다. 행자부는 하루 속히 KDI와 연금발전위의 용역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데모크라시국가인 까닭이다.
정부 당국은 반드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최대한 합의하고 안 되면 밀고 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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