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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데기는 가라 / 이승배<논설위원> |
2007년08월22일(W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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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가 있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알맹이만 남고 허위나 가식을 상징하는 껍데기는 모두 물리치자는 내용이다.
신정아 전 교수의 학력 위조사건 이후, 연일 터져 나오는 유명인사들의 학력 논란을 보면서 우리사회에 껍데기를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절감한다.
본인들은 학벌지상주의의 피해자라며, 자신의 실력과 업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들이 거짓말로 남의 업적을 가로챘다는 사실이다. 고의로 학력을 위조해 교수직을 꿰찼고, 공개석상에서 명문대학 동문임을 강조하며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거짓이 최소한의 죄의식 마저 없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학벌주의의 폐단을 인정하더라도 이들은 오히려 학벌주의 논란을 부추긴 가해자이지, 동정을 받아야 할 만큼 무고한 피해자는 아니다.
많은 선량한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학력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도, 이를 적극적으로 속이려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의 차별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또한 학벌로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지도 않았다. 사람의 내면을 보고자 했고, 진심으로 대하기를 원했다.
물론 현재처럼 대학입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명문대학 출신이라는 간판이 사회생활에서 큰 도움이 되고, 보다 많은 기회를 갖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학창시절 피나는 노력의 산물일 뿐, 이를 훔치거나 남을 속여 얻은 것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참고서나 달달 외워서 입시에 좋은 성적 받고 명문대학에 들어간 것이 대수냐고 하지만, 그 참고서도 외우지 못한 사람들과는 분명 차별성이 있다. 오히려 학생의 다양성을 키워주지 못한 교육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이 크다.
또 학력을 속인 사람들은 대학 간판 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변명을 했지만, 역시 궁색하기엔 마찬가지이다.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데, 학위가 없어서 교수가 되는데 지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중졸이나 고졸임에도 대학강단에 선 사람들이 있다.
또한 만학으로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변치 못한 학력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학력을 위조했다는 변명은 궁색하다. 간판보단 실력이 중요하겠지만, 실력보다 중요한 건 정직함이다.
물론 소위 명문대학 출신 중에는 학벌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학벌 외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는 학벌 그 자체와 교육과정에서 얻은 내용이 중요시 되는 것이 아니라 부와 지위를 얻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벌을 위조한 사람들이 이를 더 잘 이용할 줄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피해자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거짓 학력을 이용해 좋은 자리를 독차지 했고, 진짜 실력을 갖춘 선량한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았다.
사실 대학 간판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바로 경쟁력 있는 교육환경에 있다. 국제학술지에 제출되는 교수들의 논문 수와 연구 성과, 그리고 학생들의 졸업 후 다양한 진로를 분석해 보면, 명문대학일수록 품질 좋은 교육 환경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위 명문대 출신 학생들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 고, 또 이들에게 많은 사회적 기회가 주어지는 이유이다.
이번 학력 위조 사건의 본질은 거짓말이지 학벌주의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동정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거짓이 만연해 있을뿐더러, 더 큰 거짓말을 하고도 뻔뻔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수 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시인 윤동주는 ‘참회록’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다고 했다. 거짓 학력의 껍데기로 자신을 포장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젠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진실했던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되찾아 줘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거짓말이 발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진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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