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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도입에 대한 과제 / 이준구<주필, 시인> |
2007년08월27일(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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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개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총정원과 관련해 한국법학교수회가 ‘국내 상황을 볼 때 4100명이 적절하지만 시행 첫해에는 3200명으로 하자’는 의견을 2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공식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법무부 등 법조계가 의견 제출을 미루고 있어 9월까지 로스쿨 총정원을 결정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법학교수회측의 공식 의견은 ‘로스쿨 총정원은 1000~1200명이 적당하다’는 대한변협의 입장과는 큰 차이가 나 법조계와 법학계간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학교수회가 제시한 ‘총정원 3200명’은 로스쿨 설립을 준비해온 전국 40개 대학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법학교수회의의 의견 제시는 시의(時宜)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그것은 교육부가 9월까지 총정원 결정을 내리도록 한 로스쿨법에 따라 의견수렴을 했기 때문이다.
현행 ‘로스쿨법’은 교육부장관이 법무장관과 법원행정처장(대법원)과 협의하고, 한국법학교수회와 대한변협의 의견을 들어 총정원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법학교수회의와 대한변협, 법무부, 대법원에 로스쿨 정원에 대한 개별 입장을 이번주 내로 공문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조계에서 의견을 낸 곳은 하나도 없다.
우선 법무부는 “아직 아무런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실장은 “여러 방안이 논의 중이며, 총정원에 대한 입장은 공문보다는 법무장관이 교육부장관과 협의하는 자리에서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너무 조급히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두고두고 심사 숙고(深思熟考)해야 하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로스쿨 총정원은 연차적으로 늘려간다는 전제하에 처음에는 2000명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학별 로스쿨 입학정원은 150명까지 둘 수 있지만 대학별로 차등 배분하면 많게는 20곳 정도의 로스쿨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이해 관계가 대학별로도 엇갈려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2009년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려면 내년 8월에 실시되는 법학정석시험(LEET)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의 법대 자격시험인 LSAT처럼 법조인의 자질을 갖췄는지 측정하고, 그 점수가 지망하는 로스쿨에 자동적으로 통보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접수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지원자가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 유무만 검증되면 그만인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작년 11월 끝낸 ‘LEET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보면 법학 지식은 전혀 묻지 않는다. 언어 이해(40문항)와 추리 논증(40문항)으로 각각 90~120분 동안 사고·논리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논술도 출제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실시 방안은 연구 중이다.
그러면 로스쿨 도입 취지는 무엇인가? 국제금융·환경규제·공정거래·지적재산권·인수합병 같은 다양한 분야의 분쟁해결 역량을 갖춘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헌법(憲法)·민법(民法)·형법(刑法) 등 7개 과목 법전(法典)만 암기하고 모의시험 문제를 풀어보는 한국의 법학교육으로는 사회 변화를 따라갈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선진국 로스쿨에서 학생들은 토론과 발표, 모의재판은 물론 현직 변호사를 보조해 공판에 참여하는 현장 수업도 받는다. 우리 법학교육 여건은 어느 대학이건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시대는 ‘국립’ 사법연수원 시대의 종언을 뜻한다. 똑같은 문제를 암기하고 똑같은 연수원을 거쳐야 하는 국가양성모델을 벗어나야겠다고 한다면 개별 로스쿨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4년제 대학에만 로스쿨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대학의 자율과 자치의 토대 위에서만 다양한 전문교육이 보장될 수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반드시 전문대학원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 수도 한 스쿨당 150명의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적게는 50명, 많게는 300명까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개별 분야로 특화된 로스쿨과 개별 지식의 융합적 발전을 이룩할 로스쿨이 두루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별 로스쿨의 창의적 실험의 시도에 대해 총입학정원이 암초처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진다.
정부는 또 학비가 문제임을 십분 인식해야 한다. 3년제인 로스쿨을 마치려면 1억~2억원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돈 있는 사람만 로스쿨을 다닐 수 있게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헌신하는 전문성도 길러야 한다. 특권적 소수 엘리트 시대를 끝내고, 정말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법전문가의 시대가 열리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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