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일봉(49) 광주 남구청장은 민선으로 재선된 구청장으로서 열정적으로 구행정을 추진하면서 남구민들로부터 일 잘하는 구청장으로 칭송이 높다. 특히 효사랑 정신문화교육을 추진해오면서 폐교된 대촌동초등학교 부지에 실내 드라마 세트장을 설치했으나, 2년 전 발생한 화재로 방치됐었는데 최근에 광주 남구 대촌동의 드라마세트장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효사랑 영상 스튜디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광주시 남구청이 추진했던 드라마 세트장과 관련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황일봉 광주 남구청장이 1심에서 직무가 정지되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치단체장이 선거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혐의가 아닌 행정추진 과실 사유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형사 6단독 문준섭 판사는 지난달 31일 개발제한구역에 불법 건축물을 건립한 후 화재로 인해 해당 자치단체에 1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황 구청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직권남용 권리방해죄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적용,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과 구형량(징역 6월)을 대부분 인정했으며 판결문에서 “건축이 실정법상 위법하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을 무시하고 남구문화원 명의로 무리하게 드라마영상센터를 짓다 2005년 3월 화재 발생으로 남구청에 16억원의 손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황 구청장은 복종 의무는 있지만 재량을 넘어선 위법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소속 공무원에게 위법사실을 알고도 서류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직권행사를 빌미로 실질적 위법. 부당행위를 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황 구청장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드라마세트 유치를 통해 소득창출 등 공익을 도모했고 일부 효과도 나타났지만 선출직 공무원의 특성상 공익만을 위해 관련 업무를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자치단체장의 독단적인 행정추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반면, 행정상 과오를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전남도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 드라마 ‘주몽’ 세트를 지은 혐의(산지관리법 위반 등)로 기소된 신정훈(43) 나주시장은 지난 5월 판결에서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황 구청장은 징역형을 선고받아 대조를 이뤘다. ‘가혹하다. 충격적이다’, ‘이번 판결은 단체장에게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황 청장에 대한 1심 공판에서 실형이 선고된 이날 남구청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인 채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대부분 직원들은 이번 판결을 앞두고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의 개인비리를 저지르지 않은 황 청장이 무난히 벌금형을 선고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뜻밖의 결과에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남구는 황 청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이 도착하는 이번주께 부터 문봉주 부구청장이 청장 권한을 대행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직무집행을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구의 권한대행 체제는 황 청장의 항소에 따른 2심 판결이 나올 때 까지 평균 2~3개월가량 유지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황 구청장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이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구청장직을 잃게 된다.
재판관은 법과 양심에 의해 판결을 한다. 업무상과실로 민선구청장이 구속되는 것은 지방자치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며 황 구청장이 법을 어겼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민선구청장인 황 구청장이 사욕을 취한 것이 아니고 업무상 과실로 구청장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가혹한 법의 판결이라고 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정상을 참작한 법과 양심에 따른 관대한 판결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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