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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합 민주신당의 우격다짐 |
2007년09월05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우격다짐’이라는 개그코너가 있었다. “내가 누구게? 나는 개그콘서트의 히든카드 이정수야!”라는 반말로 시작하더니, 관객들에게 노골적으로 “웃기지? 웃기잖아!”라고 우겨대는 코너였다. 관객들은 반말로 호통 치는 그를 보며, 황당함과 그의 번뜩이는 재치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코너 말미에는 “분위기 다운되면 또 온다”라는 협박(?)으로 관객들을 한번 더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개그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관객들이 또 보고 싶지 않을 거라는 전제하에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한물 간 이 개그를 ‘대통합 민주신당’이 따라하는 모양이다. 100년 정당 운운하더니 결국 실패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해, ‘대통합 민주신당’이라는 그럴싸한 정당을 만들어 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를 끌어들였고, 한나라당 대선주자였던 손학규 씨까지 가세해서, 언뜻 겉모양새는 통합신당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도 했다.
실제로 신당 창당 이후 TV토론회에 나온 민주신당 우상호 의원은 “간판만 바꾼 도로 열린우리당이 아니냐?”는 패널의 비판에 “시민단체 출신 오충일씨가 당대표를 맡았으며, 시민단체에게 당지분권 50%를 주기로 합의했을 뿐더러,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씨까지 함께했으니, 대통합이 맞는 것 아닌가?”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불과 며칠 후에 있었던 ‘대선예비후보 TV토론회’에서 드러나 버렸다. 당내 지분권의 개념도 불분명 한 채, 50%의 지분권을 가졌다는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대선예비후보는 9명의 예비 주자들 중 한명도 없었을 뿐더러, 각 후보들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후보 때리기에 바빴다.
천정배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3등한 후보를 꾸어다가 경선을 치르는 모습에 자괴감을 느낀다’라고 까지 하며 ‘짝퉁 한나라당 후보’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겉모양은 대통합을 이룬 척 했지만, 내부적으론 물과 기름처럼 여전히 서로 밀쳐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당’이기는 하는 건지, 심지어 ‘정당’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진정한 신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의원 총사퇴를 한 후에 신당에 합류했어야만 했다. 그 다음에 시민단체와 지분을 나누든, 대표권을 양보하든 했어야 했다.
또한 정당의 구성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반한나라 전선’이라는 선거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과 독자 노선의 깃발아래 모였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선 차라리 ‘반 한나라당 대통령선거후보협회’ 쯤으로 명함을 새기는 것이 솔직했을 지도 모른다. 말로만 대통합이네 민주신당이네 우기는 것은 우격다짐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선후보 선발을 위한 경선 여론조차에 참여할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유령 선거인단’, ‘종이당원’ 문제가 붉어졌다. 민주신당에 선거인단으로 가입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본인들이 선거인으로 등재되었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이런 추악한 모습이 발각된 것이다.
사실, 어느 정당이든 허수당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지구당별로 법정 당원수를 채우기 위해 각종 모임 명부를 도용했고, 주변 친척이나 부녀회 명부, 심지어 조기 축구회 명부까지 활용한 일은 비일비재 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마저 일단 ‘감투’를 만들어 씌어 놓으면, 당과 후보에 충성심을 보이는 부수효과까지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규모와 성격 면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며칠 만에 백만명 가까운 선거인단이 몰렸다며 득의양양한 그들의 발표는, 10% 내외를 기록하는 현재의 정당 지지율을 볼 때, 정말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을까 하는 놀라움을 넘어 많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여지없이 그들의 사기행각의 결과였다는 처절한 결론으로 끝나버렸다. 조사결과 89만여 명의 선거인단 중, 1/4 가량인 22만 여명이 가짜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허수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대선후보를 골라낸다는 발상자체도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오충렬 대표는 별 것도 아닌 일을 언론이 크게 부풀렸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진보와 개혁 그리고 평화세력을 자처한 민주신당 사람들의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문제가 붉어지자 진심으로 사과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국민의 비판을 살짝 비켜가려는 후안무치의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자동응답 전화를 이용해 선거인단 참여 의사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2번 이상 전화를 받지 않으면, ‘승낙’으로 간주해 국민의 ‘추정적 의사’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표현을 좀 빌리자면 “이쯤 되면 거의 막가자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민주신당은 미래에 대한 창조적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반 한나라당 구도를 강화시키고, 상대방을 수구꼴통, 반공, 부패 이미지로 격하시켜, 젊은 사람들과 부동표층을 선동, 유인한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다. 5년 전에 재미를 봤으니, 또 통할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를 이명박 후보 검증 국회로 밀어붙이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의 문제점은 철저히 조사해야 하지만, 국회 차원에서 국정감사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상대 후보 죽이기 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보나마나 온갖 거짓 의혹과 허위 자료가 난무한 채, 국정감사 파행이 예상된다. 막대한 세수와 방만한 국정운영을 자행한 정부는 국정감사의 칼날이 무뎌진 채, 반사적 이익을 챙길 것이다. 민주신당은 내가 잘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 속에 빠져 있다. 이런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우격다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되겠지’ 라는 한탕주의 사고방식이, 그들이 투쟁의 대상으로 삼았던 80년대 독재정권의 모습과 너무 유사해 보인다. 증오하는 사람을 자기도 모르게 닮는다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사회적 다양성과 개인의 목소리가 존중되는 우리 사회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하고 창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은 과거 군사정권이 흔히 쓰던 방법일 뿐이다.
대통합 민주신당은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함으로써 ‘뻔뻔함의 극한값’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식의 우격다짐에는 속지 않도록 긴장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위기 다운되면 또 온다’면서 억지 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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