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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커스단 가설무대인가 |
2007년09월11일(Tue) |
| 나경택 <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갈 길 바쁜 대통합민주신당의 발목을 잡는 망신스러운 일이 또다시 벌어졌다. 이른바 ‘유령선거인단’ 파문으로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던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번에는 ‘민주신당’이라는 약칭 당명을 쓰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이 낸 유사당명(약칭 민주신당)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민주당과 민주신당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사용금지 이유를 밝혔다. ‘민주신당’이란 당명은 정치 소비자의 눈을 흐리게 하는 ‘유사상표’ 또는 ‘짝퉁’이라는 판정을 내린 셈이다. 이로써 대통합민주신당은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민주신당’이란 간판?E표지도 내걸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은 정당을 허물고 새로이 만드는 것을 서커스단 가설무대 세우는 것처럼 해치우는 우리 정치문화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민주신당의 공동창당준비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당명은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었다. 열린우리당 통합파와 시민사회세력인 미래창조연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선진평화연대를 모두 아우른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당명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오자 ‘미래창조’는 떼어냈다. 결국 공식명칭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약칭은 민주신당으로 결정했지만 ‘민주당’과의 유사성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망신을 산 것이다.
민주신당측은 “법원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드려 죄송하다”고 몸을 낮추면서 새로운 약칭 당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143명을 거느린 원내 제1당이면서도 그것에 걸 맞는 국민들의 지지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경선을 선보여도 될까 말까 하는 판에 ‘유령선거인단’을 만들어 내는 따위의 범죄행위를 한 데 대해서도 진정한 반성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
한국정당사에 이처럼 망신스러운 일이 없다. 하긴 100년 갈 정당을 만들겠다며 민주당을 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가 국정 실패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3년 9개월 만에 간판을 바꿔 달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니, 뭔들 못하겠는가.
오죽하면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성곤 의원이 ‘이제라도 정도를 걷자’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겠는가.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고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꼼수로 보이는 행태들이 있었다”며 “우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양심이 알고, 하늘이 알고, 국민이 안다”고 했다. 그러고는 “참회하고 다시 태어나자”고 호소했다. 늦었지만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2단계 경선 후보로 선출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씨는 물론이고 143명의 소속 의원이 모두 김 의원처럼 참회록을 써야 마땅하다. 친노니, 비노니 하는 것도 꼼수다. ‘순도 98%의 도로 열린우리당’임을 세상이 다 안다. ‘비노’ 운운하며 노무현 정권의 실정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야말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행동이다.
이합집산 신장개업이 과연 ‘국민 다수가 바라는 바’인지는 DJ가 아니라 국민이 표로 판가름할 것이다. 국민은 무능정권의 국정 실패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3류 드라마 같은 흥행극과 번지르르한 말잔치만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허구한 날 한나라당 후보 때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5명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상호검증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합의 없는 개혁은 정치권력의 집안잔치일 뿐이다. 열나는 데 유지나의 ‘저하늘에 별을 찾아’ 노래나 팬들과 함께 듣고 싶구나![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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