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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로맨스 |
2007년09월12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 소설 같은 일이 사실일 줄이야
정말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학력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 사건의 전모가 검찰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아직 수사 단계에 있지만, 그 동안 언론이 제기한 각종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신정아 전 교수 개인의 학력위조 사건으로 시작된 이번 파문은 장윤스님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협박성 회유가 있었느냐는 진실게임으로 번지더니, 검찰조사 결과 변 전실장과 신 전교수가 낯뜨거운 이메일을 주고받는 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 전교수 비호 의혹을 줄곧 부인해오던 변 전실장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대부분이 사실임을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 변양균 정책실장의 거짓말
그 동안 언론은 신정아 전 교수 학력위조 의혹의 배후에 권력의 비호가 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실제로 동국대 교수 임용과정에서 학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이나,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 선정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학력위조의혹 사건이 붉어지자, 과테말라를 순방준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변 전실장이 전화를 걸어 신 전교수를 비호했다는 내용을 폭로한 장윤스님이, 며칠 후 돌연 태도를 바꾸어 신 전교수를 비호했다는 부분도 충분히 의혹을 키우는 일이었다. 게다가 동국대 측은 신 전교수가 미국으로 떠난 뒤 일주일이나 지나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점도 석연찮다.
또한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후 50일이나 지나서야 수사를 시작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상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변 전실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장윤스님과 통화한 적도 없으며, 신전교수와는 얼굴만 아는 정도의 사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게다가 언론과 마주치자 자신은 30년간 공직생활을 바르게 했던 사람이라며, 오히려 언론에 법적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감싸기
저간의 사정이 이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깜도 안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다’면서 ‘소설 같다’는 말로, 언론이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사건의 본질을 폄훼했다. 임기동안 언론 개혁을 목표로 대부분 기자들이 반대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등을 내세워 정부 청사 내 기자실을 폐쇄함으로써 언론과 갈등 관계를 가져온 대통령의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제기한 비리 의혹을 무조건 정부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술수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대통령의 오해와는 다르게 언론은 여전히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제3의 기능적 권력통제장치로 활발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외에 ‘감시견(Watch dog)’ 역할도 한다. 정부정책의 문제점을 들추고, 공론화가 필요한 사회문제를 밝혀내, 국민들의 관심을 일으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부정부패나 고위인사 관련 스캔들 사건이 터질 경우, 감시견 기능은 절정에 이른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판단을 과신한 나머지 측근의 말만 믿고 실체를 보지 못한 우를 범한 것이다.
- 참여정부의 도덕적 ‘자만심’
대통령은 검찰에 의해 사건이 실체가 드러난 후, 기자 간담회에서 임기 말 권력누수로 인한 기강해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일종의 ‘사고(Accident)’라고 이번 사건을 진단했다.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된 부산 건설업자 청탁 사건이나, 변 전실장의 신 전교수 비호의혹 사건 모두 참여정부의 도덕성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국가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청와대 비서실 서열 2위인 변 전실장이, 허위학력으로 승승장구한 여인의 치마폭에 내둘렸다는 사실은 참여정부의 도덕성 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신 전교수의 동국대 임용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으리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성곡미술관 재직시절에는 미술계에서 어렵다는 굴지의 대기업과 은행권의 후원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동안 변 전실장의 영향력이 동원됐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 전실장의 정부 내 직책의 변동과 맞물려 이해있는 기업들의 후원이 있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그중 일부는 변 전실장과 부산고 동창이기까지 했다. 고위 공직자가 사적인 로맨스를 위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고, 학연과 지연까지 총동원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런식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청와대 사무실 컴퓨터로 신 전교수와 연애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과연 청와대 ‘정책실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도 의문이다. 신 전교수 사건이 터지고 변 전실장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사건을 무마하려했다는 노력이 드러나면서 이런 의혹을 더 짙게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고’로 규정하고 참여정부의 도덕성과는 거리를 두려는 대통령의 태도는 궁색하기만 하다.
-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사건이 이처럼 불거질 때까지 청와대의 내부 인사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또 다시 드러났다.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관련 고위 인사의 문제를 사전에 밝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하나, 오히려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사건을 방치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미 지난 정부의 ‘옷로비 사건’에서 보여주었던 고위직의 파렴치한 직권남용 행위가 여전히 청와대 시스템으로 걸러지지 못했다.
만약 ‘내 식구 감싸기’라는 구태에서 민정수석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도덕성을 최고의 자부심으로 삼았던 참여정부의 정체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레임덕 현상의 가속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인사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 당사자가 직접 모든 것을 밝혀야
검찰은 뒤늦은 수사라는 일부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체에 상당부분 접근한 모양이다. 이제 증거가 모두 수집되고, 당사자를 소환해서 조사하면, 퍼즐 맞추기 같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앞서 당사자가 직접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는 일일 것이다.
더불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사건의 몸통이 있다면, 검찰이 끝까지 추적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이런 소설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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