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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독선이 자초한 난맥상 |
2007년09월18일(Tue) |
| 나경택<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1999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옷 로비 사건을 ‘언론의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고위층 부인들의 잘못을 ‘매 한 대 맞을 잘못’으로 치부했다. 국민 여론이 발칵 뒤집어졌다. 결국 김태정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고, 대통령도 고개 숙여 사과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깜도 안 되는 의혹’ 발언이 꼭 그 모양이다. 언론에 대한 적대감과 피해의식, 별것도 아닌 일이라는 판단까지 쏙 빼닮았다. ‘깜’이란 말은 ‘자격을 갖춘 사람, 또는 그 대상이 되는 도구·사물·재료’라는 뜻의 ‘감’(표준국어대사전)의 사투리다. 표준말은 다른 명사에 붙여 쓰이지만, 억센 발음의 ‘깜’은 노 대통령의 말처럼 독립적으로 더 많이 쓰인다.
사건을 키워 터뜨리는 것도 닮았다. 자기 확신이 지나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아들 현철씨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 ‘소통령’, 혹은 김 전 대통령의 아호 거산에 빗대 ‘소산’이라 불렸다. 박관용 당시 비서실장이 자제시키라고 건의했지만 오히려 자기 자리를 내놔야 했다. 박상범 경호실장도 그런 이유로 경질됐다. 노 대통령도 이제야 “내 자신의 판단에 대해 자신이 무너져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맞고소로 입을 막는 것도 판박이다. 법은 권력 편이라고 믿어서일까. 김태정 장관의 부인 연정희씨야 남편을 믿을 수도 있었겠다. 그녀는 옷 로비를 언론에 제보한 이형자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가 폭로됐을 때는 이신범 전 의원이 고소당했다. 김현철씨는 비리 의혹을 보도한 한 언론사에 20억원이라는 보복성 소송을 제기했다. 신문, 잡지, 야당 대변인을 가리지 않고 소송을 남발했다.
그래도 소송에 관한 한 현 정부를 앞지르지는 못한다. 오죽하면 변양균 전 정책실장마저 언론에 ‘법적 대응’ 엄포를 놓았겠는가. ‘부산 게이트’에 연루된 노 대통령의 ‘측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도 세 개 언론사를 제소했다. 그런다고 진실까지 달라질까. 날마다 커지는 의혹이 저절로 만들어졌을 리는 없을 텐데!
‘변양균 파문’은 단지 ‘우리도 이럴 줄 몰랐다’는 식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근본적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언론의 의혹 제기에 ‘제 식구’ 말만 듣고 “‘깜’도 안된다”고 매도했다.
그러나 그 모든 말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만으로도 국민을 철저히 우롱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등 분명한 입장 표명을 미룬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여러모로 심각하다. 첫째는 권력형 비리 가능성이다.
신정아 사건을 계기로 ‘가짜 파문’이 확산됐지만, 다른 한편 권력과 인맥을 앞세운 고질적 정실문화의 실상이 또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둘째는 비리 은폐와 거짓말에 익숙한 공직사회의 속성이다. 취재 제한에 대한 언론의 반발도 이런 공직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력은 5년마다 심판을 받는다. 언론은 누구로부터 심판을 받느냐”고 했다. 언론은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시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 독자들이 신문을 보는 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 국민의 교육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언론은 매일 이렇게 수준 높은 독자들의 심판을 받는다.
이 정권이 반칙적인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는 신문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문들이다. 독자와 시장의 선택을 가볍게 보는 것이야말로 독선이요, 특권의식이다.
언론이 정부가 제공하는 것만 보도했다면 이들 사건은 영원히 묻혀버렸을 것이다. 이 정권은 그런 치부를 갗추고 싶기 때문에 언론을 겁내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로구나![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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