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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도 유령 선거인단 이었다니… |
2007년09월19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유증이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말 시행된 신당 경선은 19.81%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국민경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다. 또한 기존 여론조사와 다르게 정동영 후보가 1위를 달리자,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특정 후보에 의한 동원 선거인단 논란까지 일고 있으니, 당 내부에서는 경선흥행실패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발단은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국정실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급조한 신당의 뿌리에서 시작한다. 민주, 평화세력이라고 말로 외칠 줄만 알았지, 실제 행동은 과거 정치권에서 보여주던 구태를 전혀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국민 흥행을 목표로 거창하게 시작한 예비경선에서는 선거인단 89만명중 22만여명이 허수였음이 드러나 버렸다. 선거인단 명부를 도용한 결과였다. 게다가 부실한 허수당원 조사를 한차례 거쳤음에도 여전히 선거인단에는 거품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고, 그 결과가 이번 경선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5, 16일 제주, 울산, 충북, 강원 4개 지역 경선투표율이 현재 19.81%(17만8천91명중 3만3천284명 투표)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투표율에 당 관계자는 신정아씨 사건과 태풍으로 인한 비 때문이라도 애써 변명했지만, 지난 2002년 민주당의 경선 투표율이 6~70%대를 유지했던 것을 비교한다면, 궁색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현재 1위를 기록한 정동영 후보의 ‘버스떼기’ 동원선거인단 논란도 불거졌다. 투표율에 낮은 만큼 열린우리당에서 두 차례 당의장을 지낸 정 후보 지지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먼저, 전체 선거인단 중 정 후보 출신 전북지역 선거인단이 14.2%로 전북의 인구비율 3.8%에 비해 훨씬 높다. 정 후보측 인사인 이용희 의원 지역구에선 80%이상의 몰표 현상도 벌어졌다. 일부 지자체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렇다 보니, 상대 후보 측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특정지역에서의 몰표가 전체 선거 판도를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국민경선이라면서, 막상 선거과정에서는 조직과 인맥을 동원해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구태가 동원된 것이다. 국민경선 의미가 퇴색했고, 승자의 대표성에도 큰 상처를 안기게 되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정 후보측 일부 인사는 ‘우리만 그런 것이냐? 상대도 다 그렇게 한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짓밟더라도, 현출된 결과만 놓고 정당성을 주장하겠다는 것은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즐겨 쓰던 방법이다. 민주주의가 다른 정치체제에 비해 정당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투표가치의 평등성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때문에, 절차가 무시될 경우 민주주의의 가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설상가상으로 전대미문의 대통령 명의 도용사건도 불거졌다.
선거인단 명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명의가 발견됐다고 한다. 대통령도 유령선거인단 이었다. 예비경선에서는 당 출입 기자를 그러더니, 이번엔 대통령 명의까지 도용했다. 누구의 소행인지 대단한 용기이지만, 예비경선에서 이미 유령 선거인단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음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은, 신당의 기초적 내부관리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게 한다. 이런 수준의 느슨한 조직으로 대선을 치르려는 안일한 사고가 걱정스럽다.
게다가 신당은 컷오프 이후 추가로 모집되는 선거인단에 대해서는 물리적 전수조사가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언제라도 동일한 ‘사고’가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80년대 독재정권에 온몸으로 맞서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앞당긴 386세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새로운 세상의 주체가 되어주길 바랐고 과거 열린우리당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과거의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국정운영에 실패했고, 급기야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손학규 후보의 말처럼 이미 1980, 90년대를 논의할 시기는 지났다. 이미 제도적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이를 반증한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실천할 정치적 소프트웨어가 부족하고, 이에 대한 정치인들의 실천적 고민과 반성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중요시되는 것은 굳건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된 다음의 일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변하고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국민들의 모습 한참 뒤에, 정치인들만 유독 옛 추억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벌써 2007년 그리고 가을이다. 이젠 변할 때도 됐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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