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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그 이름이여 2007년09월20일(Thu)
박상주<객원논설위원>
　우리의 3대 명절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명절이 추석이다. 추석은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풍성한 수확으로 맘까지 넉넉해지는 이때, 금상첨화로 햇살 맑은 날씨까지 덤으로 안게 되니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염원이 절로 일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여름이 가시지 않은 때에 찾아온 것 같아 좀 이른 감이 든다. 더구나 최근에 지나간 태풍 ‘나리’의 여파가 가시지 않는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명절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비 오는 날도 많아서 오곡백과가 잘 영글지 않는다는 보도가 왠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추석하면 황금빛 들녘과 동네어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붉은 감을 연상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없으니 추석과 가을의 함수관계를 어떻게 연관짓느냐 하는 걱정도 해 본다.

그러나 한가위의 보름달은 변함없이 우리를 찾아와 밝혀줄 것이기에 설레이는 기다림으로 추석을 기대해 본다. 명절을 맞이하는 아이들은 기다림과 즐거움에 들떠 잠이 오지 않고 주부들은 명절 스트레스에 쌓여 잠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추석 명절이 어떤 의미로 변질되어가든 그것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정면 돌파를 해 보자. 무섭고 힘들다고 미뤄봐야 누가 대신해 줄 사람도 없고 직장 주부들의 근무 핑계도 한두 번 써 먹으면 끝이다.

그러니 축제의 분위기를 주부들의 지혜로 만들어 보자. 전통과 위엄만을 고집하는 남편이 있다면 며느리들이 합동작전을 펴서라도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명절이 되도록 변화시켜 보자.

부엌일 마치고 차례 지낸 후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줄 숯불 가마도 좋고 솔내음 나는 찻집에서 향긋한 차 한 잔의 작은 파티를 권유하는 것은 어떨까?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무리 작은 행복도 느낄 수만 있다면 소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행복만 찾지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성장해 버리면 공허와 허전함이 남는데,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물원을 찾았던 때의 지난날이 행복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듯이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추석 때 큰 선물을 기대하는 주부는 별로 없다. 남편의 따스한 말 “수고했어요”와 더불어 은근히 잡아주는 손길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는 여성이 얼마든지 많다.

프랑스의 화가 밀레가 1859년 완성한 ‘만종(晩鐘)’은 무엇 때문에 명화라고 말하며 그 가치가 고귀한 것인가?

그림을 잘 그려서도 아니고 색감이 뛰어나서도 아니다. 가난한 부부가 하루종일 땀 흘려 밭일하고 집으로 갈 시간 멀리서 울리는 교회 종소리를 듣고 두 손 모아 감사기도를 드리는 ‘부부의 일치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일치되지 않은 몸은 진정 부부의 행복이 깃들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추석은 그리운 사람들이 만나 풍성한 음식과 정을 나누는 가장 좋은 명절이다.

이번 추석은 부부와 온 가족이 하나 되는 마음을 가지는 기회로 삼아 보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누구나 따뜻한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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