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동해 상징성 무시한 무책임 발언”…시민사회 “경솔”
청와대 “인식전환의 예…내부 협의했지만 공식 제안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의 바다’ 언급이 ‘동해(東海)’ 표기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정치권과 시민사회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 하노이 APEC정상회의 계기에 마련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현안을 대국적 차원에서 풀어가기 위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비유적으로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불렀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8일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비유적으로 그렇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며, 비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일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그 이후로 한일간 동해 명칭을 바꾸는데 논의된 바도 없고 논의하지도 않았다”며 “평화의 바다 이외에도 ‘우의(友誼)의 바다’라는 예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적 실무협의도 거치지 않은 즉흥적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즉흥적으로 함부로 나온 것은 아니다”면서 “여러 형태의 참모회의에서 (평화의 바다가) 거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예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지적에 “야스쿠니 신사나 역사 교과서 왜곡 등 한일간 난제가 있다. 그런 문제를 대승적으로 풀기 위해 결단을 촉구하는 차원의 예를 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 한 관계자도 이날 오후 “자리에서 일본에 공식 제안한 것은 아니다. 일본도 양국이 평화롭게 관계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화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외교라인과의 사전 협의를 묻는 질문에 “한일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시로 보고가 있다. 사실 90년대부터 이러한 아이디어는 있어 왔다”면서 “그런 점에서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90년대 후반에 동해 표기 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명칭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며 “하지만 일본해로 오랜 기간 써오다 보니 동해 문제 해결까지 양국간 마찰이 예상됐다. 그런 점에서 제3의 명칭이 제시됐고 ‘청해(靑海)’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일관계 해법의 아이디어로 제기된 것이지 향후 정부 입장이 이렇게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특히 교섭의 의미는 아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동해’를 포기하는 듯한 느낌의 발언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8일 현안 브리핑에서 “동해의 상징성과 독도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무시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면서 “역사적으로 동해표기가 옳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훼손할 수 있는 경솔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시민사회도 ‘경솔했다’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는 “일본이 먼저 불안감을 느껴 평화의 바다 등을 제안하도록 해야지 왜 우리 정부가 먼저 하냐”고 따졌다.
이외에 네티즌 사이에서도 노 대통령의 언급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이들은 노 대통령 발언의 부적절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실은 8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에 ‘세계일보의 어처구니 없는 시비’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간 보도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는 글에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동해 명칭 문제는 하나의 사례로 언급된 것”이라면서 “당시 대통령은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하자고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한마디로 대통령의 발언 맥락과 전혀 다른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보도다”면서 “보도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어 방치하면 잘못된 보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한일 정상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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