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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인 선생 기념관 건립 추진 / 이준구(주필, 시인) |
2007년01월10일(W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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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 1887~1964) 선생을 기리는 사업이 그의 고향 전북 순창에서 펼쳐진다. 고무적이다.
대법원은 3일 “가인 선생이 태어나 20세 무렵까지 사시던 순창군 복흥면 하리에 기념관과 법관 연수시설을 짓기 위해 우선 금년 예산에서 5억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 돈으로 생가터 인근 사업부지 일부를 매입하고, 상반기 중 사업 규모를 확정해 설계를 마칠 계획인 것이다.
이야말로 이용훈 대법원장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가인 선생이 1915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광주학생운동·6.10만세운동 등에서 무료로 변론했고, 대법원장 때에 사법부 독립을 굳게 지킨 그 공로를 오늘에 뒤늦게나마 기념관을 세워 기리려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구상하고 있는 ‘가인 기념관’은 300평 규모다. 가인 선생의 유품과 함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무료변론활동과 해방 후 대법원장(1948~57)으로서 사법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집중 전시된다.
법관 연수시설은 강의실과 숙박시설을 갖춰 법조인들이 소양과 자질을 기르고 전문 분야까지 연수하는 공간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인 선생 생가터 600평을 매입, 원형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정부와 협의해 부지 6000~7000평 규모로 2009년까지 사업을 마치려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가인 선생의 생가는 당초 초가 몸채와 행랑채, 곳간 등 세 건물로 이뤄졌으나 6·25전쟁 때 소실돼 크게 훼손됐고 현재의 집은 그 후 새로 지은 것이다.
가인 선생은 어려서 전우(田愚)에게 한학(漢學)을 배우다가 18세 때 고향 인근의 담양 일신학교에서 서양인 선교사로부터 산술과 서양사 등을 배우고, 창평 창흥학교에서 영어 등을 배워 신학문에 접했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용추사에서 최익현 선생의 강연을 듣고 감화돼 동지를 모아 의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후 도일(渡日),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법학과를 졸업했다.
1915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광주학생운동·6.10만세운동 등에서 무료로 변론했고,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도 맡았다. 강직한 성품에 대법원장 때는 사법부 독립을 지키려 대통령과도 곧잘 부딪쳐 여러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가인 선생을 항일 독립 운동가, 법률가, 정치가라고 본다. 특히 법률가로서의 소임을 다했으며, 정직하고 청렴결백한 생활을 했다.
그러면 가인 선생의 이러한 정신은 어디서 나왔는가? 공부자(孔夫子)의 덕치주의 사상(德治主義 思想)에서 왔다고 여겨진다. 덕치주의 사상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 제1장에 “덕(德)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마치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고 여러 별들이 그것을 향해 돌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 데서 인용된 것이다.
한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가 못 다스려지는가 하는 것은 정사(政事)를 맡은 통치자의 책임이다. 그런데 그것을 우주질서(宇宙秩序)에 비유했다. 마치 북극성은 제자리만을 지키고 있어도 뭇별들은 그것을 중심으로 궤도를 돌되 추호의 이탈이 없는 것처럼 임금은 만백성의 도덕적 시범인물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공부자(孔夫子)는 정치를 가장 간명하게 정의(定義)내리기를 다음과 같이 단 한 자(字)로 하고 그 실천을 위정 책임자로부터 촉구했다.
“계강자가 부자(夫子)에게 정치에 관해서 묻자, 부자 대답하기를 정치는 곧 정(正)이니, 당신이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면 누가 감히 부정(不正)을 범하겠는가?”
이는 공부자가 “정(政)은 정(正)”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만큼 정치목적을 달관적(達觀的)으로 설파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차제에 노파심에서 법원 당국에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고 생각하는 등 형사사법 불신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첫째, 형사 법관을 대폭 증원해야 한다. 외부에서는 현재보다 5배 정도 법관이 증원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심 참심제의 경우 연일 재판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부당 법정이 필요해 형사 법정의 대폭적인 증설이 불가피한 것이다.
둘째, 일선 법관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조서재판에 익숙한 재판 방식을 바꾸고, 정심(正心)을 가지고 바른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불구속재판을 확대해야 한다. 공판중심주의에서는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불구속재판 원칙의 확립 역시 공판중심주의의 전제 조건이 되는 까닭이다.
넷째, 국선변호인제도를 내실화 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에게도 공판에서 적절한 방어권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요구에 법원은 신속히 적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우려가 없지 않는 까닭이다.
법관들은 ‘가인 선생의 덕(德) 사상’을 배워 법(法)은 정(正)임을 십분 인식, ‘바른 재판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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