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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놓친 대통령 개헌 제안 / 이준구(주필, 시인) |
2007년01월16일(T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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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9일 ‘개헌 카드’를 들고 나와 충격적이다. 느닷없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2~3월쯤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며, 4~5월쯤 국민투표가 실시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금 개헌 이슈를 들고 나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것은 개헌이 가장 중요한 국가 현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는 북한핵 위기, 경기침체, 부동산 버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안보와 민생확보에 직결된 것이다.
이야말로 당랑지부(螳螂之斧)의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제안도 인심을 잃고는 성사되지 않는 까닭이다. 인심을 잃은 대통령은 마치 당랑(螳螂)이 수레를 버티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자 여론은 즉각 “그는 무엇을 노리는가”라며 저의부터 따지려 한다. 10% 내외 국민지지율의 정치 9단 대통령이 야당과 적대하며 돌연히 내놓은 제안이니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코리아리서치센타의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의 주장에 ‘그렇다(26.7 %)’보다 ‘아니다(60.6%)’가 2배 이상 많았다. 이런 국민의 여론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과연 개헌에 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는가. 국민의 관심사는 개헌보다는 금년 12월 19일의 대통령선거다. 희망의 새해를 맞아 국민이 절실히 바라는 바는 활력있는 경제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7%는 대통령이 가장 노력할 일로 경제회복을 꼽았고, 66%는 새 대통령으로 경제회생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국민의 소망이 개헌 정국 속에서 길을 잃게 하는 것은 민주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국가권력을 위해 세계 거의의 나라들이 헌법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독재국가와는 달리 민주헌법의 큰 테두리에서 법운용을 함으로써 국가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은 옳게 제정해야 하는 것이며, 또한 옳게 운용되고 옳게 지켜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헌법은 법으로서의 의의가 있고 권위가 있으며 그 빛을 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동안 남의나라(일제)의 혹독한 헌법에 의해 삶의 기본권마저 잃어버리고 지낸 과거도 있었다.
그러다가 해방과 더불어 우리나름의 헌법을 마련했고, 그로부터 한세대에 걸친 과정속에 지내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는 못했다. 우여곡절의 큰 물굽이 속에서 다난한 시련을 겪어오기도 했다.
그간 몇차례의 개헌파동이 있었던가? 9차 개헌의 상처투성이었다. 만신창이가 돼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인 것이다.
헌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고, 또한 고치는 것이다. 시대의 변천,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손질을 하기도 하고 뜯어 고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함부로 자주 뜯어고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헌법의 존엄성을 위해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정략적 의도가 없으며 어느 정치세력에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카드가 아니다”고 했지만 진정성을 의심받을 이유가 없지 않다. 우선 개헌논의가 갖는 폭발성에 비추어 보아 다른 정치적 정책적 의제는 짧아도 3,4개월 뒤로 밀릴 우려가 크다. 대통령의 실정(失政) 책임이나 여권의 지리멸렬함은 덮어지고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의 행보는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여권에는 유리하고, 야당에는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임기차등제도에 따른 잦은 선거가 아니라, ‘전부 아니면 전무’만을 고집하는 정치인들의 비타협적인 정치행태에서 찾아야 한다. 타협과 절충의 정치로 정치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임기를 일치시켜도 비생산적인 정치는 바뀔 수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하루 속히 개헌카드를 거둬 들여야 한다. 눈 밝은 한국 국민들은 개헌을 제안한 대통령의 정략적의도를 눈치 채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마지막 13개월만이라도 정치게임에서 손을 떼고 민생 챙기기와 한미동맹 복원과 같은 국가적 과제에 몰두해 달라는 것이다. 청와대 당국은 여론 조작이나 여론 몰이로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해 헌정질서가 다시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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