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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리 통해 본 ‘우리시대의 아픔’ |
2008년01월15일(Tue) |
| 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박영균 초대전, 15∼23일 광주신세계갤러리 |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영균씨의 개인전이 제8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특전으로 15일부터 23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주제는 ‘대추리(경기도 평택)’이다. <빨강풍경과 노랑풍경을 지나서>라는 제목으로 흙먼지 날리는 토목 공사 현장으로 바뀌어 버린 대추리를 담아냈다. 회화, 사진, 영상으로 대추리라는 현실을 자신의 예술적 표현 대상으로 끌어들여서 보여주고 있다.
박영균씨는 예술가의 신분으로 대추리 현장예술을 담는 기록자 역할을 수행했다. 대추리를 통해서 삶과 예술에 대해서 다양한 세대의 생각을 듣고 보았으며, 대추리에 예술가로서 개입했고 자신의 체험을 예술로 발화하고 있다. 그래서 박영균씨의 대추리 작업은 거실과 소파에 머무르던 자신의 시선을 세상 속으로 파고드는 행동주의 예술가의 새로운 행보를 가다듬은 전환점이 되었다.
가로길이 4미터가 넘는 대작 회화 <빨강 풍경과 노랑 풍경을 지나서>에서 대추분교 앞마당을 지키고 있던 독서하는 소녀상과 경찰,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 형식으로 펼쳐진다. 대추분교가 부서지는 빨강 풍경 옆으로 대추리 평화공원의 아름다운 노랑 풍경이 이어지고, 그 옆으로 홍상수 영화의 한 장면이 파랗게 펼쳐진다. 현장과 예술 사이를 관통한 박영균씨는 그렇게 풍경과 풍경 사이를 오가며 회화의 창으로 기억을 물질화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 앤디 시리즈는 기존에 서양의 고전을 패러디한 회화작품에 등장시킨 카우보이 앤디를 대추리 현장으로 데려갔다. 디지털 프린트 작업 <앤디>는 작가의 한 손에 쥐어진 카우보이 앤디를 다른 한 손으로 찍은 셀프카메라 사진이다. 인형의 뒤로 펼쳐지는 대추리의 사건과 장면들은 폭력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고통과 상처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인형이 보이는 작업실 탁자>에서 박영균씨는 대추리 이야기를 다시 작업실로 옮겨 놓고 있다. 초록 배경과 붉은 색 계열의 인물과 테이블 등이 강한 색채대비를 이루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통해서 다시 확인하건대 앤디는 작가의 삶 속에도 존재한다. 앤디는 대추리 현장뿐만이 아니라 작가의 일상 공간 속에도 깊숙이 베어있다. 마지막으로 <들 사람들>이라는 대추리 현장예술 도큐멘트 영상물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대추리 주민들의 절규가 담겨있다. 그 현장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대추리를 찾아 우리시대 상처를 어루만지면 아픔을 함께 나누었는데, 이러한 예술가들을 앵글에 담은 영상 다큐멘터리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에 대해 김준기(미술평론가)씨는 “박영균은 회화와 사진과 영상을 두루 관통하면서 대추리를 둘러싼 박영균 내러티브를 직조하고 실행했다”고 말한다.
박영균씨는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는 권위, 불필요한 이데올로기들을 유머와 풍자로 비판하는 작품을 해 온 작가로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우리시대 현실을 ‘사라져 가는 대추리’의 현실에 비유해 절망하고 비관하면서 눈물 흘리도록 만든다.
함평 출생인 박영균씨는 20여회의 단체전과 서울, 인천, 부천, 광주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박천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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