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에 상관없이, “개헌안이 부결되든 가결되든 헌법상 권한(발의)만 착실히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 직전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뜻을 밝혔다. 이미 민심이 확연히 드러난 마당에 내 고집대로 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다. 헌법에 규정돼 있다고 대통령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건 권한 남용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야당 지도부가 자신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여론만 믿고 안하무인의 정치를 하는 것을 보고 나라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말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것은 이런 정치현실을 보고 있어야 하는 국민이다. 안하무인이란 말은 여론을 무시하는 정치인에게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노 대통령은 “소수자의 주장이라도 경청하고 토론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정작 정치적 반대자의 의견에 귀를 막고 내 고집대로만 밀어붙여온 사람은 누구인가. 대통령이 아무것이나 던져놓으면 온 나라가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정상인가. 그러기에는 우리 국민이 너무 현명하다.
그나마 노 대통령이 개헌에 신임을 걸거나 임기를 단축하지는 않겠다고 확인한 것은 다행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 문제를 제기해도 다른 국정에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모든 야당이 청와대 오찬을 거부한 것부터 국정마비 아닌가! 개헌 과제는 이미 노 대통령의 손을 떠났다. 정말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대통령의 몫으로 넘겨주기 바란다.
눈 밝은 국민은 개헌을 제안한 대통령의 정략과 의도를 이미 눈치 채고 있다. “민주화로 포장한 권위주의 정권”이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으려면 개헌카드를 거둬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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