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청구 소송에서 패한 전직 대학교수가 재판을 맡았던 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해를 입힌 사건은 충격적이다. 소송당사자가 법정 밖에서 법관에게 테러를 가한 것부터 유례없지만, 손꼽히는 대학에 몸담았던 엘리트 학자의 범행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더 크다.
법관에 대한 테러는 법치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범죄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범행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이 “법문을 무시하는 판사에게 국민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한 궤변까지 이번 테러의 심각성을 더하게 한다고 믿는다. 법치주의 보루인 사법부가 테러에까지 노출된 것은 그대로 사법부의 권위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법부는 전근대적 권위주의를 탈색시키려는 노력이 혹 그 권위까지 스스로 낮추는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없는지 되짚어보기 바란다.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후 강조해온 사법부의 탈 권위주의가 탈 권위로 빗나간 예가 적지 않다. 비근한 예로 지난달 21일 ‘일심회’ 사건 첫 공판만 해도 당시 서울중앙지법 제417호 법정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피고인들을 거드는 ‘응원단’의 함성에 묻히다시피 했다.
형법전의 법정모욕죄가 적용될 만한 사태 전개에 재판부는 어떻게 대처했던가. 스스로 법정의 존엄을 지키는데 실패하고 그나마 법원조직법 제61조 소정의 질서벌인 감치 결정을 내리고도 ‘응원단’의 항의에 20여분 만에 철회했었다.
이런 식으로는 법의 권위, 법정의 권위, 사법부의 권위를 기대할 수 없다. 이 대법원장의 부적절한 언행 또한 사법부에 대한 믿음을 적잖이 깎아내렸다는 게 우리 시각이다.
사법 테러는 요인들이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더욱이 올해는 대선의 해라서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백주에 당한 ‘커터 테러’의 기억까지 새삼스럽다. 북한 정권도 신년사를 통해 특정 정당의 집권을 좌시않겠다면서 대선 정국을 파고들고 있다. 이 모든 형태의 테러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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