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에 걸쳐 수도권 아파트를 필두로 주택가격이 계속 급등세를 보이면서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경제양극화와 더불어 대다수 국민들을 크게 불안케 하고 있다. 특히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을 느끼게 하였고 국민경제적으로도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거품 붕괴시의 신용불안 위험과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우선 이 같은 주택가격 급등현상이 두드러진 서울지역 아파트가격을 중심으로 1990년을 전후한 폭등시기와 비교해 보기로 하자. 서울 아파트가격은 1988년부터 1990년 사이에 93.8%나 폭등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후 1991년에서 2000년까지 10년간은 -1.3%의 안정세를 유지하였으며, 특히 폭등기 직후인 1991~1993년의 3년간은 11.1%나 하락하였다.
그런데 이번 폭등기인 2001년과 2003년간에는 71.9% 상승하여 1988~1990년에 비해 상슬률이 낮았으나 그 이후로도 급등세를 지속함에 따라 2001~2006년의 6년간 총상승률은 130.3%에 이르러 지난번 폭등기후 6년간(1988~1993년) 72.3% 상승에 비해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더 높은 폭등세를 나타내었다.
더욱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주택가격 상승폭은 이전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계소득의 증가세를 크게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통계청의 2인이상 도시가구의 월소득통계는 1988~1993년중 166.9% 증가하여 동 기간중 주택가격상승률(72.3%)보다 높았었지만 2001년 이후의 6년간에는 38.8% 증가에 그쳐 주택가격상승률(130.3%)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최근 크게 오른 주택가격이 거품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부 민간연구소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가격총액이나 연간소득대비 주택가격 또는 임대료 대비 아파트매매가격 등을 분석하여 지역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주택시장 전반에 거품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한편 재정경제부 등에서는 거품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지 전국적 현상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하간 주택가격의 거품이 국지적이냐 또는 전국적이냐에 불문하고 조기에 더 이상의 확산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일본 등에서와 같이 전국적인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에는 경제양극화, 고용불안, 투자부진, 가계부채 과다 등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산적한 현안과제에 더해서 심각한 장기불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부동산전문가 내지 학자들은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을 시장실패로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석하여 앞으로도 주택가격이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부동산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지상주의자들은 주식시장에서 흔히 보듯이 시장 과열시에도 계속 상승을 주장하다 폭락으로 돌아서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어버리는 사람들과도 같다. 이러한 주장에 편승한 경제는 가격구조의 급변동으로 착실한 안정성장을 이루기 어렵고 불로소득과 경제양극화 심화 등으로 사회구조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가격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시장참여자간 경쟁의 공정성 즉 시장참여 및 정보습득 기회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기능하게 되며, 또한 독과점 등으로 공급자와 수요자간 균형이 깨질 경우에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시장실패를 초래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주택시장은 대체로 소수의 유명 건설업체와 수없이 많은 일반 주택수요자로 시장참여자가 구성되며 실체도 없는 거액의 주택이 선분양되고 주택원가에 대한 정보도 주택수요자에게 거의 제공되지 않는 공급자위주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타 상품시장에서도 공급자는 소수 몇 개 기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여타 상품시장과 다른 것은 여타 상품은 수입이 허용되고 글로벌 경쟁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주택은 수입이 안 되어 경쟁이 불완전한 시장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1998년의 아파트분양가 자율화조치는 시장실패의 단초를 제공하여 매년 고율의 분양가 인상과 주변시세를 선도하는 가격으로 최근 주택가격 폭등의 주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수도권에서의 과소공급과 외환위기 이후의 과잉유동성 등이 문제를 더 증폭시켰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실패는 곧 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성숙한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원활한 시장기능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시장기능에만 내맡기는 것은 정책실패를 통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므로 최근의 주택시장문제를 푸는데 있어서는 택지가격, 표준건축비, 주택분양정보 등 주택에 관련된 정확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실수요자들에게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과 아울러 무엇보다도 국민편익적인 측면에서의 효과적인 정책조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코믹스-200727.jpg)
.gif)
.jpg)
돌아가기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