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치러질 17대 대선 예비주자 중 유력 후보 였던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와 함께 일체의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한 때는 여론지지 선두를 보인 그였지만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고 전 총리는 ‘훌륭한 분이 나라의 조타수가 되어 하루빨리 국민통합을 이루고 나라에 희망을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역대 대선에서 예비주자가 중도 사퇴한 사례는 다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선을 11개월이나 남겨 두었고 더구나 후보경쟁에 들어가기 전에 포기선언을 한 예가 없었으므로 사퇴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퇴요인으로 가장 유력시 되는 것은 지지율 급락이다.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성명문으로 미루어 여론의 급부상에 따라 대권 욕심을 냈다가 여론이 한 자리 수까지 내려가자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지나친 혹평이긴 하나 모든 대선주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다음으로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권자들의 성향이 대폭 보수화됐다는 점에 매우 낙담했다는 설이다. 연말 대선까지 북핵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극히 낮고 보면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다음으로 여권의 정계개편이 예상 밖으로 늦어지고 있는 점과 지지율이 높을 때는 50~60명씩 몰리던 정치인들이 지지율이 떨어지자 못 본 척한데 큰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발언으로 야기된 정치사상 전무후무한 공방을 통해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정치초년생인 그가 정치판에 대해 깊이 실망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처음 그대로 ‘정치권 밖에 있던 사람’으로 남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선언은 대권주자들에게 심각한 교훈이 되어야 한다. 대권도전을 말하기 전에 국가를 이끌어 나갈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확신도 없으면서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고건 전 총리에게서 배울 것은 물러 날 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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